이한동고문 『정치 지탱은 도덕성』…YS-李대표 우회비판

  • 입력 1997년 8월 22일 20시 08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후 한달간 관망해온 李漢東(이한동)고문이 22일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이고문은 이날 도덕정치국민운동연합 초청 강연회에서 「작심」을 한듯 권력구조개편, 대통령의 도덕성, 병역문제 등 정치현안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자신의 입장을 강한 어조로 피력했다. 특히 권력구조개편관련 발언은 이고문이 지금까지 누차 지적해온 「1인 권력집중 폐해론」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개선방향」(내각제 등)과 「추진주체」(도덕적 건전세력)의 성격까지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물론 이 발언은 이고문이 당장 구체적인 실천의지나 프로그램을 갖고 한 얘기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보수대연합」등 정계재편의 화두로 떠올라 대선정국의 유동성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고문은 또 李會昌(이회창)대표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으나 대통령의 도덕성과 병역문제를 화제로 삼아 이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로마 시민들이 군입대를 영광으로 여겼고 오늘날 구미에도 「노블리스 오블리제(귀족의 의무)」의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상류층과 지도층의 도덕성을 유난히 강조했다. 그러면서 『항간에 무전입대(無錢入隊) 유전면제(有錢免除)라는 말이 있다. 현역은 「어둠의 자식」이며 보충병은 「사람의 아들」, 면제는 「신의 아들」이라고 한다』며 풍문까지 소개했다. 이고문은 미국 예비선거의 냉혹한 후보심판을 예로 들며 『도덕성을 믿을 수 있는 정치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지도자의 도덕성이야말로 국가안보와 총화단결의 원동력이 된다』며 지도자의 전생애에 걸친 철저한 도덕성과 사상검증을 주장했다. 더욱이 『정치를 지탱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절차가 아닌 도덕성이라는 것을 금년들어 국민들이 실감하고 있다』고 발언해 그가 당 경선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고문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에 대해서도 한보사태 賢哲(현철)씨사건 92년 대선자금 등을 거론하며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을 가지고 있으나 (정권지탱의) 한 축인 도덕성이 무너져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고문이 한달간의 장고 끝에 이대표의 도덕성을 간접 비판하며 권력구조개편론으로 정국 해법을 제시했지만 그 귀결점과 이고문의 최종 종착지는 여전히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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