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18일에 있을 대통령선거는 유력후보들이 대거 참가하는 「다자(多者)구도」로 치러질 것이 확실해져 과거 어느 때보다 대선판도가 유동적인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재 여야 후보로 확정된 사람만 신한국당 李會昌(이회창)대표,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 민주당에 입당한 趙淳(조순)서울시장 등 4명.
이들 4명 외에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도 독자출마쪽으로 선회하기 위해 차근차근 「명분쌓기」에 나선 상태다. 또 경선과정에서 중도하차한 뒤 잠행을 계속해온 신한국당 朴燦鍾(박찬종)고문도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남아 있는 「영남표의 유혹」에 끌리고 있다. 자민련 朴哲彦(박철언)의원도 「DJP 후보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이라는 토를 달아 출마를 이미 시사했다.
이런 다자구도에서 이대표가 이른바 「병역정국」의 와중에서 지지율이 급락해 2,3위권을 맴돌면서 여권 일각에서도 『지는 싸움을 할 수는 없지 않으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집권당 후보가 벌써부터 야당후보에게 지지율이 밀리는초유의사태가벌어지는 바람에 올 연말 대선구도의 유동성을 더해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여권에 몸을 담고 있는 이지사 박고문 등은 출마를 결행할 경우 지지세력을 규합, 「탈당→신당창당」이라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다자구도의 대선을 더욱 복잡다단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정치분석가들은 올 연말 대선이 이같이 다자구도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몇가지 설득력있는 이유를 제시한다.
먼저 올 연말 대선이 끝나면 30년 가깝게 지속해온 「3김 시대」가 자연스럽게 막을 내린다는 점이다. 이번 대선을 끝으로 「3김」이 퇴장하면 누군가가 그 정치적 공백을 메워야 한다. 대선후보가 난립할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포스트 3김시대」를 노리는 차세대 정치맹주들이 사전포석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현재 확정된 여야정당의 대선후보가 모두 비영남출신이라는 점도 대선구도에 이상기류를 형성케 한 한 요인으로 거론된다. 4.11총선을 기준으로 영남지역 유권자는 8백96만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29%, 호남지역 유권자의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그러나 현재까지 대선레이스에서 뛸 영남후보가 떠오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유권자들은 「정치적 공황심리」에 빠져들고 있다. 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고 싶은 대선주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의 「권력구조 변경론」의 대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정치권에는 『올 대선을 마지막으로 대통령직선제는 없어질 것』이라는 성급한 분석이 나돌고 있다. 따라서 내각제 등으로 권력구조가 변경될 때를 대비, 미리 지분을 챙기기 위해 「위장 출마」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이같은 다자구도가 대선막바지에 권력분산을 매개로 한 후보간의 합종연횡 등 외생변수에 의해 보다 단순한 구도로 정리될 여지도 남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