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사퇴논쟁」이어 「보혁논쟁」불붙어

  • 입력 1997년 6월 28일 20시 19분


대통령선거 때면 거의 예외없이 등장했던 「보혁(保革)논쟁」이 이번에는 여당내에서 대두될 조짐이다. 신한국당 金德龍(김덕룡)의원이 李會昌(이회창)대표 지지세력을 「복고세력」이라고 연일 비난하는 데 이어 李壽成(이수성)고문도 28일 이대표와 金潤煥(김윤환)고문의 연대를 「수구연합」이라고 공격하며 가세했다. 이고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과거지향적인 수구연합을 주도하는 사람은 뒤에서 수렴청정을 하고 있으며 그 사람에게 의지해 집권하겠다는 「멋대로」 정치인이 있다』며 이대표와 김고문을 한묶음으로 공격했다. 이고문의 발언은 지난 23일부터 『이번 경선은 「이회창」 간판을 달고 있는 복고세력 대 신정치 주체세력의 대결』이라고 목소리를 높여온 김의원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고문과 김의원이 이대표측을 몰아붙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권의 경선구도를 「수구 대 개혁의 대결」로 규정, 민주계가 주축이 된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다. 특히 이대표의 「후보등록 전 사퇴」 표명으로 김이 빠진 이대표측과 반대파간의 전선(戰線)을 보혁논쟁으로 강화하겠다는 게 이들의 전략이다. 이들은 또 朴燦鍾(박찬종)고문과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를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고문과 김의원의 이념 공세에 대해 이대표측은 맞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겨우 대표직 사퇴문제의 불을 껐는데 쓸데없는 주장에 맞서 논쟁을 기정사실화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새로운 전선이 형성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다. 실제로 정발협 내에서는 이대표가 처음부터 김고문을 중심으로 한 대구 경북지역의 민정계와 연대한 뒤 민정계 중심의 나라를 위한 모임(나라회)까지 사실상 흡수하자 「보수회귀」로 보는 시각이 많다. 특히 이대표가 집권할 경우 이대표의 성향과는 별도로 주변의 구 여권인사들이 「개혁의 계승」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정발협 내에서 나온다. 이대표 진영 내에는 또 경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보혁논쟁이 남길 부정적 이미지가 본선에 영향을 주지않을까 하는 「원려(遠慮)」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이대표측은 『차기 정부에서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정권 창출과정부터 개혁과 보수를 아우른다』고 설명한다. 또 이대표 자신도 기회있을 때마다 「개혁의 계승」을 강조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전략의 일환으로 경선후보 등록이 끝나자마자 金文洙(김문수) 洪準杓(홍준표) 安商守(안상수) 李佑宰(이우재) 朴成範(박성범) 洪文鐘(홍문종)의원 등 소장파 원내외 위원장 30여명의 지지선언행사도 계획해놓고 있다. 하지만 이대표측은 보혁논쟁이 대표직 사퇴문제처럼 지속적인 이슈로 반대파를 일제히 규합시키는 등 화력(火力)이 강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 분위기다. 李漢東(이한동)고문 崔秉烈(최병렬)의원 등 보수색깔이 짙은 경선주자들이 동참하기도 어렵고 다른 주자들의 개혁성향도 두드러지지 않다는 점이 이같은 시각의 근거다. 〈박제균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