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치부터 다이어트를」전경련토론회

  • 입력 1997년 5월 16일 20시 24분


▼「정치부터 다이어트를」.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부설 자유기업센터와 한국유권자운동연합이 공동주최한 정책토론회 주제다. 「정치부터」를 앞세움으로써 고비용 정치구조와 정경유착의 1차적 책임이 정치권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듯한 발상부터가 경제단체 토론회답다. 그동안 자의반 타의반의 각종 헌금과 정치권 눈치보기에 시달려 온 재계로서는 이 주제 한마디로 정치권에 하고 싶었던 말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토론회장 주변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은 더욱 직설적이다. 정권을 잡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 정치권이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면 반대급부를 따지기 전에 나중에 불이익을 받을까봐 거절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이젠 줄 돈도 없을 뿐아니라 주고도 줄줄이 법정에 설 바에야 아예 안주고 싶다.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받는 정치자금, 이른바 떡값을 받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등등 그동안 숨기고 앓아 온 속마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돈 펑펑 쓰는 선거풍토가 깊게 뿌리를 내리고 이른바 정경유착의 질긴 고리가 형성된 데 대해 재계로서도 책임이 없다고 잡아 뗄 입장은 못된다. 보험에 들듯이 정치권에 먼저 다가가 거액을 바치고 그 연줄로 사업을 키워 온 기업들이 한편에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 많이 드는 정치가 먼저 있고 정치권이 손을 벌리기 때문에 거절하기 힘들다는 재계의 주장은 자기변명만으로 들리지 않는다 ▼이번 토론회는 그 고리를 끊고 돈 안드는 정치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정치자금 실명제, 음성적 정치자금 내부고발자보상제 등 제도개선안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그러나 제도가 아무리 완벽해도 정치권과 재계가 지키려 하지 않으면 헛일이다. 날씬한 몸매의 정치, 그것은 정 재계의 굳은 결심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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