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대선주자 규제론]너도 나도 나오면 국민이 웃는다

  • 입력 1997년 5월 13일 20시 33분


신한국당내 대선예비주자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난립하자 급기야 당내에서 이에 대한 비판론이 나오는 것은 물론 「규제방안」까지 거론되는 등 속사정이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12일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도 대선주자 난립으로 당의 결속을 깨뜨리고 정치를 희화화한다는 비판론이 터져나왔다. 현재 당내 경선에 참가할 뜻을 직 간접으로 피력한 사람은 李會昌(이회창)대표등 12명(와병중인 崔炯佑·최형우고문 포함)에 이른다. 이같은 주자난립현상은 기본적으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통제력 상실과 「경선중립」 선언 등 여권의 「권력분화현상」이 극심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작년 4.11총선 후 두드러진 여권의 「선수(選數)파괴」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정치경력보다는 지명도가 중시되면서 「이름알리기」 경쟁이 난립현상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한 중진의원은 『경선출마를 선언한 일부 인사는 자신의 「주가」를 높여 차기정권에서 지분을 챙기거나 차차기를 노려 이름이나 알리겠다는 정치적인 계산을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무튼 대선예비주자 난립이 신한국당내에 심각한 이슈로 대두되는 분위기다. 朴寬用(박관용)사무총장은 『대선예비주자 난립은 경선과정에서 불필요하게 과도한 소모전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작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보브 돌후보의 주요 패인은 경선과정에서 엄청난 상처를 입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신한국당 관계자들이 내심 가장 우려하는 것은 대선예비주자 난립에 따른 경선후유증이다.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가 선출되더라도 낙선한 일부 대선예비주자들이 탈당하는 사태가 빚어질 경우 정작 본선에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비민주적」이라는 문제를 야기시킬 수도 있는 「규제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은 당내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문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규제하느냐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자유경선의 본질에 대한 문제제기 때문에 오히려 경선실시 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실제로 당내에 작위적인 규제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경선은 단순히 대선후보선출뿐만 아니라 당내의 다양한 의견을 자유로운 대결을 통해 수렴하고 당을 통합하는 축제의 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당장은 세부족이지만 정치인으로서의 잠재력과 포부를 밝히고 공개적으로 검증을 받음으로써 차세대 지도자로 도약할 수 있는 장으로 경선이 활용돼야 한다는 「명분론」도 강력히 대두되고 있어 당내 논란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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