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한 북한당국의 사과문제가 타결됨에 따라 北―美(북―미)관계의 진전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과문제」는 지난 3개월 동안 북―미관계 진전을 가로막아 온 가장 큰 장애였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정부는 사과문제를 북―미관계 진전과 결부시키는 해석에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양자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강조하고 『북한이 당연히 해야 할 사과를 했기 때문에 북―미관계는 사건 발생(9월18일) 이전으로 되돌아간 데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잠수함 사건으로 중단됐던 북―미간의 제반 현안들에 대한 논의가 「재개」될 뿐』이라고 말하고 『현안 해결에 진전이 있을지 여부는 논의를 해봐야 아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미관계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이번 타결을 미정부의 설명대로 단순한 「원상회복」 쯤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논리적으로 미정부의 설명이 맞을지 몰라도 실질적으로는 「일괄타결」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어떤 설명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사과하고, 미국은 그 대가로 북―미관계 진전을 약속한 그런 협상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워런 크리스토퍼 미 국무장관도 지난 17일 『뉴욕접촉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하고 『북한이 잠수함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 원조를 제공하는 문제를 검토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잠수함 사건 타결 이후 북―미관계가 보다 빠르게 진전될 것이라는 관측은 전혀 무리가 없다.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스카트 스나이더(미평화연구소 연구원)도 지적했지만 뉴욕 접촉은 그 목적이 당초부터 『잠수함 사건을 북―미 양국의 뒤편에 놓기 위한』 데 있었던 것이다.
북―미관계 진전은 △미국의 대북 식량 에너지 추가 지원 △대북 경제제재 완화 △북―미 미사일회담 재개 △미군 6.25전사자 유해발굴 및 송환협상 재개 등을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북―미관계가 잠수함 사건이전의 상태로 복원되므로 양국 외교관계 개선의 실질적 조치인 상호연락사무소를 평양과 워싱턴에 설치하는 문제가 다시 논의될 것이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4자회담 개최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일방적인 북―미관계의 진전에 대한 한국측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4자회담이란 장(場)에 남북한을 끌어들이는 것이 필요했다. 한국정부는 북―미관계 진전의 조건으로 남북관계와의 병행 발전을 요구해 왔다.
경수로 공급비용 50억달러의 대부분을 지불하는, 그래서 어느 때보다도 대미(對美)외교에 있어서 강력한 지렛대를 확보하고 있는 한국을 아우르면서 북―미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4자회담의 장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지적들이다.
〈워싱턴〓李載昊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