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 영역, 문화재 건축-수리 ‘문화’를 뒤집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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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분야’ 불문율 깨고 여성이 첫 총괄
조은경 문화재청 수리기술과장 “현장 기술자들과 섬세하게 소통”
이명선 문화재硏 건축문화재연구실장 “성별 떠나 일로 평가받겠다”

조은경 문화재청 수리기술과장이 지난해 11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유적 분포를 확인하고 있다(왼쪽 사진). 4일 이명선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이 석탑 복원을 위한 부재를 살펴보는 모습. 문화재청 제공
조은경 문화재청 수리기술과장이 지난해 11월 비무장지대(DMZ)에서 유적 분포를 확인하고 있다(왼쪽 사진). 4일 이명선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이 석탑 복원을 위한 부재를 살펴보는 모습.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 분야에는 불문율 같은 것이 있다. 전통건축과 관련된 연구 등을 실시하는 건축문화재연구 분야와 문화재 수리 정책을 총괄하는 수리기술 분야에 여성이 드물다는 것. 이 때문에 이 분야의 책임자 자리는 ‘금녀의 영역’처럼 여겨져 왔다.

이런 불문율을 깨고 금녀의 영역에 들어선 여성들이 있다. 조은경 문화재청 수리기술과장(48)과 이명선 국립문화재연구소(문화재청 소속) 건축문화재연구실장(50)이 그 주인공.

1일 수리기술과장직에 임명된 조 과장은 4일 전화 인터뷰에서 “소식을 듣고 너무 놀랐다. 수리기술과는 기술직 남성 직원 중심인데 저는 연구직인 데다 여자여서 기회가 올 거라곤 생각도 못 했다”고 했다. 문화재청 문화재보존국 내 수리기술과는 2008년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수리 정책을 전문적으로 수립·집행할 부서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2009년 신설됐다. 여성이 과장을 맡은 적은 없었다.

건축학 박사인 조 과장은 2002년 문화재청에 들어온 뒤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일하며 익산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미륵사 복원고증 연구를 담당하는 등 문화재 연구 분야에서 역량을 쌓았다. 2018년부터는 남북 문화재 교류협력 업무를 맡아 최근까지 비무장지대(DMZ) 내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실태조사를 진행하며 분야를 확장했다.

조 과장은 “문화재 연구로 쌓은 역량을 문화재 보존의 핵심인 수리 현장에 적용해 그 수준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장에 인생을 바치다시피 하고 있는 문화재 수리기술자들에게 섬세하게 다가가 적극 소통하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1일에는 이명선 실장이 임명됐다. 2003년 신설된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에서 여성 실장은 처음이다. 건축문화재연구실은 전국의 전통건축 관련 중요문화재에 대한 학술조사와 연구를 실시하는 곳. 문화재 안전점검과 보수정비 사업 및 복원고증 연구, 수리기술 개발도 한다.

건축공학 박사인 이 실장은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문화재 현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일본 리쓰메이칸대 역사도시방재연구센터 초빙교수로 있던 그는 숭례문이 불타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보다 문화재 현장을 바꿔보고 싶다고 결심했다. 2010년 문화재청에 특채로 들어온 후 안전기준과에서 문화재 재난안전정책 관련 기획 업무를 하며 현장에서 내공을 다졌다.

이 실장은 “현장에서 쌓은 역량을 연구 분야에 접목해 시너지를 내겠다. 첫 여성 실장은 맞지만 여성이어서 주목받고 싶진 않다. 성별을 떠나 일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문화재청#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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