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난민 비극 일깨운 쿠르디 부친 만나 위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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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 4일 이라크 방문 마쳐
부친 “고통 귀기울여줘 감사”

8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난민선 전복으로 세 살 아들 알란을 잃은 압둘라 쿠르디 씨(왼쪽)를 만나 위로했다. 그의 손에 아들의 사망 당시를 묘사한 그림이 들려 있다. 에르빌=AP 뉴시스
8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5년 난민선 전복으로 세 살 아들 알란을 잃은 압둘라 쿠르디 씨(왼쪽)를 만나 위로했다. 그의 손에 아들의 사망 당시를 묘사한 그림이 들려 있다. 에르빌=AP 뉴시스
5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이라크를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85)이 마지막 날인 8일 시리아 난민 비극을 전 세계에 알린 세 살짜리 알란 쿠르디의 부친 압둘라 씨(46)를 만나 위로했다. 난파로 숨진 알란의 시신은 2015년 9월 터키 서부 휴양지 보드룸 해변에서 평화롭게 잠자는 듯한 모습으로 발견돼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자치구의 거점 도시 에르빌에서 대규모 미사를 집전한 교황이 이후 압둘라 씨와 비공개로 만나 가족을 잃은 슬픔과 난민 문제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교황청은 “교황이 압둘라 씨와 긴 시간을 보냈다. 그 역시 난민과 이주민의 고통에 귀 기울여준 교황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쿠르드족인 압둘라 씨 일가족은 원래 시리아 북부 코바니에 거주했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로 생계와 안전을 위협받자 이웃 터키로 도피했다. 이곳에서 난민 자격을 인정받기 위해 유럽연합(EU) 소속국인 그리스로 건너가려고 난민선을 탔다가 변을 당했다. 배가 파도에 뒤집히는 바람에 압둘라 씨는 알란, 5세 장남, 아내를 모두 잃고 홀로 살아남았다.

압둘라 씨는 당초 여동생이 있는 캐나다에 정착하려 했지만 이를 포기하고 이라크에 정착해 어린이 난민 문제 등에 대한 관심을 호소해 왔다. 2019년부터 독일 자선단체와 협력해 난민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13년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직후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을 방문하며 전 세계에 난민 문제에 대한 관심과 관용을 호소했다. 람페두사는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 난민의 중간 기착지로 이탈리아 정부가 이곳의 난민시설에서 수용자들을 탄압한다는 비판이 종종 제기된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교황#난민 비극#쿠르디 부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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