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에 산화한 일병, 71년만에 아들 품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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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보현산 전투 전사자 유해
발굴 12년만에 DNA로 신원 확인

아내와 아들을 두고 참전한 국군용사 유해가 71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경북 포항 지동리 일대에서 2009년 6월 16일 발굴한 6·25전쟁 전사자 유해가 손중철 일병(사진)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밝혔다. 2000년 4월 6·25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이 시작된 이래 161번째 신원 확인이다.

1930년 경북 안동시 일직면에서 3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고인은 19세이던 1949년 아내를 만나 슬하에 아들 한 명을 뒀다. 고인은 국군 8사단 소속으로 경북 영천 보현산 전투(1950년 8월 13일∼9월 4일) 중 전사했다. 당시 8사단은 북한군 15사단을 저지하고자 보현산, 고모산 일대에서 방어작전을 펼치다 영천으로 철수했다.

전사한 지 59년 만에 온전한 형태의 유해가 고인의 전투화 등 유품 7점과 함께 해병 1사단 장병들에게 발굴됐다. 하지만 남편이 돌아오길 간절히 염원했던 아내는 1995년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극적인 고인의 신원 확인은 아들 손태규 씨(73)가 2019년 우연히 TV에서 ‘6·25 전사자 유가족을 찾습니다’라는 문구를 본 게 계기가 됐다. 손 씨는 유해발굴감식단에 연락해 유전자(DNA) 시료 채취에 참여했고, 결국 아버지의 유해를 확인했다. 손 씨는 “설마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진짜 아버지를 만나게 되니 그저 기쁨의 눈물만 날 뿐”이라고 말했다.

유해발굴감식단은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치른 뒤 고인의 유해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할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유전자 시료 채취에 동참한 유가족은 4만5000여 명으로 미수습 전사자보다 시료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유해#발굴#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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