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장애인 화가’ 윤석인 수녀 선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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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때 소아 류머티즘 앓은뒤 평생 누워 지내며 다른 장애인 돌봐
성년후견제 도입에도 힘 보태… 윤석열 검찰총장, 빈소 다녀가

중증장애로 평생 누워 지낸 한국의 첫 장애인 수녀인 윤석인 수녀(사진)가 18일 선종했다. 향년 69세. ‘그림 그리는 수녀’로도 유명한 고인은 최근 폐렴으로 치료를 받아오다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급성 소아 류머티즘을 앓은 후 몸 대부분이 마비된 고인은 절망에 빠졌지만 그림을 그리며 종교적 영감을 얻게 됐다. 1986년 작은예수수녀회에 입회해 수녀가 됐다. 누워서 2시간 정도 그림을 그리면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지만 밤낮없이 작업에 몰두해 국내는 물론이고 바티칸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08년 여성 중증장애인들의 생활 공동체인 ‘작은예수수녀회 성가정의 집’을 세우고 원장을 맡아 장애인을 돕는 데 힘썼다. 늘 명랑하게 웃고 다녀 ‘호박수녀’로 불렸다. 고인은 “몸은 불편하지만 할 수 있다고 마음만 먹으면 몸은 반드시 따라준다”고 말했다. 배를 타고 마라도를 여행하고 바티칸에서 교황을 알현하는 등 중증장애를 지녀도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줬다. 그림과 글을 묶은 책 ‘동행: 기적을 그리는 호박수녀’, 산문집 ‘무지개 선물’을 출간했다.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다녀간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과는 법무부에서 성년후견제도(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정신적 제약을 가진 사람을 위해 후견인을 선임하는 제도)를 도입할 당시 고인이 힘을 보탠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인은 21일 오전 5시 반.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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