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넣은 북어 해장국서 대중가요까지… “日 무대서도 한국적 요소는 살렸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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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백作 ‘북어대가리’ 일본판… ‘다라다라’ 만든 구리야마 연출가

7일 일본 도쿄 긴가 극장에서 한국 희곡 ‘북어대가리’의 일본판인 ‘다라다라’ 공연의 막이 올랐다. 관객들이 언더우드선교사다.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아래 작은 사진은 연극 포스터로 한글 제목도 붙어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7일 일본 도쿄 긴가 극장에서 한국 희곡 ‘북어대가리’의 일본판인 ‘다라다라’ 공연의 막이 올랐다. 관객들이 언더우드선교사다. 줄을 서서 입장 순서를 기다렸다.아래 작은 사진은 연극 포스터로 한글 제목도 붙어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나도 너처럼 머리만 남았구나. 어이, 뭔가 말해 보라고!”

 7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긴가(銀河) 극장. 스타 배우 후지와라 다쓰야(藤原龍也·34)가 북어 대가리를 들고 쓸쓸한 독백을 마치자 객석에서 우레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배우들은 이어지는 박수에 세 번이나 무대에 나와 인사를 했다.

 이날 도쿄에서 막이 오른 연극 ‘다라다라’는 한국 극작가 이강백이 1993년 발표한 대표작 ‘북어 대가리’의 일본판이다. 한국 연극계에선 이번 공연을 한국 연극이 일본에 본격 상륙한 첫 사례로 본다. 그동안은 연극제에 단발적으로 소개되거나 소극단이 3, 4일 공연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번엔 다르다. 일본의 메이저 기획사인 호리프로가 스타 연출가와 배우를 동원해 제작했고, 750석의 도쿄 시내 극장에서 한 달가량 공연한 뒤 일본 전국 6개 도시를 돌 예정이다.

○ “일본 배우는 아마추어, 한국 배우는 프로”

 이 작품은 물품 보관창고를 무대로 창고지기 2명의 대조적인 삶을 통해 현대인의 부조리한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자앙’과 지루한 현실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기임’. 두 사람은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모른 채 숫자로만 표시된 상자를 매일같이 옮긴다. 여기에 상자를 배달하는 트럭 운전사와 그의 딸 미스 다링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구리야마 다미야(栗山民也·63·사진) 연출가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주 단순한 인간관계와 줄거리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것”을 작품의 매력으로 꼽았다. 이어 “인간은 누구나 결여된 부분이 있고 이를 메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신국립극장 예술감독을 지낸 그는 일본 내에서 손꼽히는 연출가이자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다. 월드컵 개회식을 연출한 손진책 극단미추 대표와 친분이 두텁다. 그 인연으로 2012년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밤으로의 긴 여로’를 연출했으며 지난해에는 한일 양국에서 뮤지컬 ‘데스노트’를 연출했다. 당시 한국판에는 동방신기 출신의 김준수가 출연해 전회 매진됐다. 구리야마 연출가는 “일본 배우들이 아마추어라면 한국 배우들은 프로”라며 “작품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고 있고 존재감이 확실하다”고 극찬했다. 또 “나는 한국의 팬이고 한국 연극과 배우는 동경의 대상”이라며 “한국 희곡 연출은 처음이지만 제목을 듣기도 전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 스타 출연에 극장 앞 긴 줄

 연극 다라다라의 무대에는 한국 컵라면이 나오고, 한국 노래가 흐른다. 해장을 위해 고춧가루를 넣은 북엇국을 끓이는 원작의 설정도 그대로다. 구리야마 연출가는 “보편적이면서도 뭔가 한국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동안 주로 중년층이 연기하던 주인공을 젊은 배우에게 맡기며 변화를 꾀했다.

 이날 공연은 일본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다. 극장 앞에는 수십 개의 화환이 놓였고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리허설과 첫 공연을 지켜본 원작자 이강백 씨는 “무대 연출이 흥미로웠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며 “앞으로 다른 한국 희곡도 일본에 많이 소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본 김현환 주일 한국문화원장은 “한국 연극이 이렇게 성공적으로 공연된 것은 연극사에 기념할 일”이라며 “드라마, 가요 위주이던 한류의 저변이 점차 확장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이강백#북어대가리#다라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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