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로 만든 영상도서… 미묘한 감정까지 전달”

  • 동아일보

제작-보급 앞장 구철영 원장

구철영 위례스터디연구소 원장이 서울 서초구 국립 중앙도서관에서 자신이 감수하고 출연한 수화영상도서 영상 앞에서 수화로 수화영상도서를 설명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구철영 위례스터디연구소 원장이 서울 서초구 국립 중앙도서관에서 자신이 감수하고 출연한 수화영상도서 영상 앞에서 수화로 수화영상도서를 설명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책 속 글자를 보고 읽어도 내용을 전부 알 수 없었다. 소리로 표현되는 것이 많은 이 세상이 낯설었다. 우리말과 수화를 힘겹게 공부하며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나누겠다고 결심했다.

‘수화영상도서 전문가’인 구철영 위례스터디연구소 원장(42)의 이야기다. 수화영상도서는 문자, 수화로만 표현하기 어려운 이야기 속 상황과 감정을 연기해 자막과 함께 영상화한 콘텐츠다. 구 원장은 2013년부터 국립장애인도서관의 수화영상도서 사업에 참여해 현재까지 300여 편의 요약대본을 만들고 감수하거나 직접 출연했다.

구 원장이 수화영상도서 제작에 뛰어든 건 청각장애인에게도 독서를 통한 감동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든 청각장애인이 수화가 가진 독립적인 문법구조에 익숙한 건 아니다. 각자 사용하는 수화패턴이 다양하니 같은 청각장애인이라도 개인 간 학습능력과 문화적 차이가 생긴다. 수화영상도서는 소통능력 차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독서 콘텐츠를 즐겨야 한다는 그의 믿음이 발현된 결과물이다.

구 원장은 태어나면서 불의의 의료사고로 청력을 잃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도 사회의 주류가 되려면 배워야 한다고 믿으며 대구 경신고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서 공부했다. 부모님과 친구의 도움을 받아 필담과 몸짓으로 내용을 이해하며 공부했다. 시험 기간에는 전공 관련 서적을 밤낮으로 읽었고 미국 교환학생 준비를 위해서는 기본영어 참고서를 통째로 암기했다.

2014년 12월 서울 송파구에 세운 위례스터디연구소는 자신의 학습 경험을 다른 청각장애인들과 나누고 싶었던 꿈의 시작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20∼50대 청각장애인 6명이 구 원장에게 개인교습을 받는다. 수강생이 공부하려는 내용을 구 원장이 미리 읽고 파악한 뒤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자의 의사소통 수단에 맞게끔 설명해주고 있다.

그는 “청각장애인도 다양한 콘텐츠를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쉽게 접하고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연구소 운영 수익금을 청각장애인을 위한 인터넷 강의 같은 수화 콘텐츠 확충에 투자할 계획인 이유다.

“청각장애인도 배우고 싶은 꿈이 큽니다. 여건이 열악할 뿐이지요. 수화영상도서를 시작으로 세상을 조금씩 바꿔 갈 겁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박다예 인턴기자 서울여대 언론홍보학과 4학년
#영상도서#구철영 원장#수화영상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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