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m 산 오르듯 ‘인생 16좌’ 한발 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엄홍길 대장, 네팔에 11번째 학교 선물

산악인 엄홍길 대장(뒷줄 모자 쓴 이)이 지난달 23일 네팔 건지 마을에 세운 자신의 11번째 휴먼스쿨 준공식에서 난생처음 교복을 입어본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무성 포토앤미디어 작가 제공
산악인 엄홍길 대장(뒷줄 모자 쓴 이)이 지난달 23일 네팔 건지 마을에 세운 자신의 11번째 휴먼스쿨 준공식에서 난생처음 교복을 입어본 학생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무성 포토앤미디어 작가 제공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하게 돼 기쁩니다. 꿈이 생겼어요.”

인도와의 국경지역인 네팔 남서부의 작은 마을 건지에 사는 12세 소년 리퍽 타루는 울먹였다. 평소 의젓했던 타루지만 난생처음 학교를 다니게 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올랐기 때문이다.

타루를 울린 사람은 산악인 엄홍길 대장(56·엄홍길휴먼재단 상임이사)이었다. 그는 네팔에서도 교육환경이 가장 열악한 지역인 건지에 11번째 학교(휴먼스쿨)를 세웠다. 네팔 룸비니에 10번째 학교를 세운 지 1년 만이다. 지난달 23일 열린 준공식에서 엄 대장은 “건지 아이들을 네팔의 미래로 키우고 싶다. 8000m 산을 오르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학교를 세우는 목표에 도전하고 있는데 11번째 학교 준공을 마치니 감정이 벅차오른다”고 말했다. 엄 대장은 이 학교에서 초중고교 과정을 다니게 될 200명의 학생들에게 책가방 등을 선물하며 격려했다.

건지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비행기로 1시간을 이동한 뒤 다시 차로 1시간 정도를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주민들이 허름한 신발조차 신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빈곤한 지역이다. 현지 관계자는 “주민 대부분이 하루 벌이를 하기 때문에 자식 교육은 엄두도 못 낸다”고 했다. 위생이나 건강 상태 역시 좋지 않다. 네팔의 유력 일간지인 ‘더 라이징 네팔(The Rising Nepal)’의 발라브 매니 다할 기자는 “이 지역은 네팔에서도 가장 가난한 곳이지만 한 가정에 아이들이 5, 6명씩 있다”며 “교육뿐만 아니라 의료 지원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히말라야 8000m급 16좌 등정에 성공했던 엄 대장은 자신을 죽음으로부터 지켜주고 많은 명예도 얻게 해준 히말라야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2008년 ‘엄홍길 휴먼재단’을 세웠다. 엄 대장은 “네팔에 16개 학교를 세우는 것이 목표”라며 “나에게는 ‘제2의 16좌 등정’이다”고 말했다. 11번째 학교 설립 비용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협회 회원사가 후원했고, 서울 강북구보건소 의료진과 간호사들은 준공식이 끝난 뒤 주민들을 상대로 의료봉사 활동을 했다.

건지=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엄홍길 대장#네팔#휴먼스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