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테일러 “3·1운동 타전한 祖父 유품 한국에 기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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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특파원 앨버트 테일러 손녀 방한

1919년 2월 28일 경성 세브란스병원. 조선에서 광산을 운영하며 AP통신 임시특파원으로 활동했던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1875∼1948)의 아들 브루스가 세상에 태어났다. 기뻐하던 앨버트의 눈에 요람 아래 숨겨진 ‘3·1독립선언서’가 들어왔다. 일본 경찰을 피해 간호사가 숨겨놓은 것이었다. 그는 동생에게 독립선언서와 자신이 쓴 기사를 몰래 부탁했다. 3·1운동이 AP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97년이 지난 29일 오전. 앨버트의 손녀 제니퍼 테일러 씨(59·사진)가 할아버지가 묻힌 서울 마포구 양화진 외국인묘원을 찾았다. 그는 할아버지의 무덤 위에 자신의 부모인 브루스 부부가 안장된 캘리포니아의 흙을 뿌렸다. 제니퍼 씨는 “지난해 4월 세상을 떠난 뒤 처음 맞는 아버지의 생신은 반드시 한국에서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제니퍼 씨는 할아버지 앨버트와 메리 부부에겐 한국이 삶의 전부였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한국에서 만났고, 서울 종로구 행촌동 ‘딜쿠샤’란 이름의 집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앨버트는 태평양전쟁이 발발한 1941년, 조선을 떠나라는 일제의 명령을 거부해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다 이듬해 미국으로 추방됐다. 제니퍼 씨는 “할아버지가 ‘죽어서 상자 속에 담겨서라도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1948년 미국에서 세상을 떠난 앨버트는 고인의 희망에 따라 이듬해 한국에 묻혔다.

제니퍼 씨는 1일 낮 12시 서울 보신각에서 3·1운동 기념 타종을 한다. 다음 날에는 서울역사박물관을 방문해 앨버트 테일러 일가의 유품 349점을 기증할 계획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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