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표현이 안 되는 듯했는지, 직접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며 설명했다. 생각을 말하고 다시 피아노를 치는 인터뷰가 반복됐다. 피아노를 통한 연주가 더 소통이 편하다는 듯이. 23일 서울 서초구 야마하홀에서 만난 프랑스 피아니스트 뤼카 드바르그(26·사진)는 ‘괴짜’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피아노 부문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위에 오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보다 더 화제가 됐다. 발레리 게르기예프 콩쿠르 조직위원장은 1∼3위 수상자를 제쳐두고 그를 백야 페스티벌 리사이틀에 세웠다.
그가 걸어온 길은 보통의 음악인과는 다르다. 부모의 이혼으로 그는 조부모 집에서 지냈다. 집에는 피아노가 없었다. 하지만 10세 때 우연히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을 듣고 피아노에 매혹됐다. 피아노 독학을 시작했다. 악보를 볼 줄 몰라 곡들을 귀로 듣고 외웠다. 그마저도 15세 때 피아노를 그만뒀다. 록밴드에 들어가 베이스기타를 쳤다. 밴드는 잘나갔지만 그는 “멤버들이 게을렀다”는 이유로 탈퇴하고 슈퍼마켓에서 일하며 문학 공부를 했다. 그러다 20세 때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우연히 바에서 피아노를 치다 공연까지 하게 됐고, 날 특별하게 봐준 한 선생님이 레슨을 권유해 2011년부터 전문 피아니스트의 길로 들어섰어요.”
괴짜답게 그는 피아니스트, 음악인으로 불리기보다 예술인으로 남길 원했다. 피아노만 치고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피아노를 좋아해요. 다만 다양한 실험과 예술활동도 하고 싶어요. 실제로 그림, 독서, 작곡, 실내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어요. 피아노 기술만 10시간 이상 연습하는 것은 적성에 맞지 않아요.”
올해 각국의 50개가 넘는 연주회에 초청받은 그는 10년 뒤 계속 피아노를 칠 것인지 묻자 단호하게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자유롭게 지내고 싶어요.”
그의 연주를 직접 눈과 귀로 확인하고 싶으면 25∼28일 강원 알펜시아와 용평리조트에서 열리는 평창겨울음악제에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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