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의 여성차별 문화를 고발합니다” 물리학과 출신 美 폴락 영문학교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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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평행우주 속의 소녀’ 간담회… “칭찬-격려가 女과학자 키우는 힘”

“과학자 하면 남성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여성 과학도를 칭찬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면 분명 더 많은 여성 과학자가 탄생할 겁니다.”

미국 예일대 물리학과를 졸업했지만 현재 미국 미시간대 영문학과에 재직 중인 아일린 폴락 교수(59·사진)가 1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자신의 성장기를 담은 책 ‘평행우주 속의 소녀’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폴락 교수는 “남녀 차별 없이 균형을 잘 이룬 과학을 바라며 이 책을 펴냈다”고 말했다.

책 제목에 들어 있는 ‘평행우주’는 폴락 교수가 바라는 세상을 뜻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와 다른 곳에 ‘평행우주’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현재 남성 위주 과학계와 달리 모두에게 평등한 과학계를 꿈꾼다는 것이다.

폴락 교수의 어린 시절 꿈은 물리학자였다. 그의 책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학과 과학에서 멀어지도록 강요받은 어린 시절의 사건이 잘 나타나 있다. 과학소설을 좋아했던 폴락 교수가 유명한 과학소설 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책을 사려 하자 문구점 주인이 “이 책은 남자 아이 책”이라며 “여자 아이를 위한 책은 뒤쪽에 있다”며 연애소설을 가리켰다는 것이다. 또 수학과 과학 과목을 잘했지만 여학생은 두 과목에서 월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월반하지 못한 경험도 있었다.

예일대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물리학과에서 실험 수업을 듣는 학생 18명 중 유일한 여학생이던 폴락 교수는 실험을 하다가 실수로 염산을 스타킹에 쏟은 적이 있다. 이때 남학생들이 모두 그의 ‘다리’를 쳐다보는 일을 겪었다고 전했다.

“누군가 한 명만이라도 제게 잘할 거라고 말해 줬더라면 저는 이론물리학자로 진로를 결정했을 거예요.”

폴락 교수는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할 때 아무도 내가 물리학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 주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여성 과학자를 향한 칭찬과 격려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여성차별#폴락#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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