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열사의 초·중학교 성적표와 사진 등을 이한열기념관에 기증하기로 밝힌 윤재걸 씨(68)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1987년 6월 광주 이한열의 친가 모습을 이같이 밝혔다.
윤 씨는 1987년 6월 신동아 소속 기자로 직선제 개헌 요구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의 인물 기사를 쓰기 위해 광주의 이한열 친가로 갔다. 사건이 발생한 지 2일 후에 도착해 이미 다른 기자들이 기삿거리가 될 만한 물건들은 모두 가져간 상태였다. 윤 씨는 넋 놓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이한열의 가족에게 정중하게 성적표 등을 가져가도 되는지 물어봤고 승낙을 얻었다. 그러나 윤 씨는 이한열의 물품과 관련된 내용을 당시 기사에 반영하지 못했다.
윤 씨가 가져온 5학년 성적표에는 “학습태도가 바람직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립니다. 칭찬해주십시오”라는 교사의 의견이 적혀 있었다. 또 중학교 2학년 때는 모든 과목에서 ‘수’ 성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생활습관·근면성·책임감 등을 평가한 항목에서도 최고 등급을 받는 등 착실한 학생으로 기록돼 있다.
윤 씨는 “당시 취재 관행상 당사자의 물건을 가져오는 게 흔했지만 늘 마음에 빚이 있었다”며 기증 이유를 밝혔다. 이한열 기념사업회는 보존 처리를 거친 뒤 내년 6월부터 이한열기념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김학민 이한열 기념사업회장은 “취재기자가 가져간 이한열 관련 자료를 돌려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이한열 열사의 1차 자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성적표와 사진 자료 등은 굉장히 가치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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