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열 ‘올 수 성적표’ 28년만에 주인품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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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취재했던 윤재걸 前 신동아 기자, 李열사 집서 가져온 자료 기념관 기증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월간 신동아 기자로 활동했던 윤재걸 씨가 13일 기증 의사를 밝힌 이한열 열사의 광주 동산국민학교(초등학교) 1학년 성적표. 이한열기념관 제공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월간 신동아 기자로 활동했던 윤재걸 씨가 13일 기증 의사를 밝힌 이한열 열사의 광주 동산국민학교(초등학교) 1학년 성적표. 이한열기념관 제공
“황망하게 모든 걸 내려놓은 듯했던 이한열 열사 가족의 표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한열 열사의 초·중학교 성적표와 사진 등을 이한열기념관에 기증하기로 밝힌 윤재걸 씨(68)는 1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1987년 6월 광주 이한열의 친가 모습을 이같이 밝혔다.

윤 씨는 1987년 6월 신동아 소속 기자로 직선제 개헌 요구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의 인물 기사를 쓰기 위해 광주의 이한열 친가로 갔다. 사건이 발생한 지 2일 후에 도착해 이미 다른 기자들이 기삿거리가 될 만한 물건들은 모두 가져간 상태였다. 윤 씨는 넋 놓고 하늘만 바라보고 있는 이한열의 가족에게 정중하게 성적표 등을 가져가도 되는지 물어봤고 승낙을 얻었다. 그러나 윤 씨는 이한열의 물품과 관련된 내용을 당시 기사에 반영하지 못했다.

윤 씨가 가져온 5학년 성적표에는 “학습태도가 바람직하고 친구들과 잘 어울립니다. 칭찬해주십시오”라는 교사의 의견이 적혀 있었다. 또 중학교 2학년 때는 모든 과목에서 ‘수’ 성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생활습관·근면성·책임감 등을 평가한 항목에서도 최고 등급을 받는 등 착실한 학생으로 기록돼 있다.

윤 씨는 “당시 취재 관행상 당사자의 물건을 가져오는 게 흔했지만 늘 마음에 빚이 있었다”며 기증 이유를 밝혔다. 이한열 기념사업회는 보존 처리를 거친 뒤 내년 6월부터 이한열기념관에 전시할 계획이다. 김학민 이한열 기념사업회장은 “취재기자가 가져간 이한열 관련 자료를 돌려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이한열 열사의 1차 자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성적표와 사진 자료 등은 굉장히 가치가 있다”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이한열#성적표#윤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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