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병원 동료가 41년전 한국서 생이별한 동생이라니…”

부형권 기자 입력 2015-10-13 03:00수정 2015-10-1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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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버지니아-뉴욕으로 입양된 이복자매 신복남-은숙씨 극적 상봉
어릴 때 헤어졌다가 41년 만에 미국 땅에서 다시 만난 신복남(왼쪽 사진 왼쪽), 은숙 씨 자매가 플로리다 주 새러소타의 닥터스 병원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언니 복남 씨와 은숙 씨(오른쪽)의 입양 당시 사진. 새러소타 헤럴드 트리뷴
아버지는 같지만 어머니는 다른 이복 자매. 가정이 파탄나면서 어릴 때 헤어져 다른 보육원에서 자라다가 미국으로 입양됐다. 자매는 드넓은 미국에서 불과 300마일(약 482km) 떨어진 곳에 살았지만 서로 소재를 알 수 없었다. 둘 모두 ‘남을 돕는 일’을 좋아해서 간호조무사가 됐다. 올해 46세와 44세인 두 사람은 새로 옮긴 병원의 같은 병동, 같은 층에서 근무하게 되는데….

이 소설 같은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은 미국 플로리다 주 새러소타의 닥터스 병원 외과병동 4층에서 일하는 신복남(미국명 홀리 호일 오브라이언) 씨와 은숙(미건 휴스) 씨. 이들의 감동적 상봉을 대서특필한 지역신문 ‘새러소타 헤럴드 트리뷴’은 “따로 입양된 형제자매의 극적 만남은 종종 있었지만 ‘40여 년 전 지구 반대쪽(한국)에서 태어난 두 사람이 미국에서 같은 직업, 같은 병원을 선택한 미스터리’는 어떻게 설명하나”라고 보도했다.

친모가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복남 씨는 엄마에 대한 어떤 기억도 없다.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였다. 재혼한 둘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은숙 씨가 태어났다. 복남 씨가 5세 때(1974년) 계모는 은숙 씨만 데리고 야반도주해 버린다. 은숙 씨는 이내 보육원에 맡겨진다.

얼마 후 복남 씨도 친부가 기차에 치여 숨지는 바람에 보육원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각 보육원에서 미국에 입양된다. 은숙 씨는 5세 때(1976년) 뉴욕 주 킹스턴으로, 복남 씨는 9세 때(1978년)에 버지니아 주 알렉산더로 입양됐다. 두 지역 간 거리는 약 300마일.

복남 씨는 동생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었다. 양부모에게 “(혈육으로) 여동생이 한 명 있다. 그 아이를 찾고 싶다”고 말했고 양부모는 한국 입양기관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은숙 씨에 대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복남 씨는 “내 마음속엔 늘 ‘동생이 어딘가 살아 있을 것’이란 느낌이 있었다”고 했다.

자매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 걸 좋아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걸 너무 좋아했던 은숙 씨는 학창시절 “말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훈계를 들을 정도였다고 한다. 복남 씨는 1991년에, 은숙 씨는 11년 뒤인 2002년에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땄다. 여러 재활병원에서 각자 근무하던 두 사람은 1월(복남 씨)과 3월(은숙 씨)에 현재의 닥터스 병원 외과병동으로 이직했다. 같은 층에 한국 출신 간호사가 둘이나 있으니 환자들과 병원관계자들의 주목을 금방 받았다.

두 사람은 함께 점심을 먹고, 퇴근 후에도 어울리며 급기야 옛 기억의 편린들이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국 성(姓)까지 같다는 걸 알고 DNA 테스트를 받기로 결정했다. 8월에 받아든 검사 결과는 ‘두 사람의 아버지가 같다’는 것이었다. 복남 씨는 “온몸이 떨릴 정도로 흥분되고 짜릿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너무 어릴 때 헤어져 언니에 대한 기억이 흐릿했던 은숙 씨는 “내 첫 반응은 ‘세상에나’였다. 충격 때문에 말문이 막혔다. 나에게 언니가 있었다니…”라고 회고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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