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하버드대의 올해 9월 신학기 입학 경쟁률은 17.9 대 1이었다. 사상 최대인 3만7307명이 지원해서 2081명이 합격한 것. 이 바늘구멍 같은 관문을 뚫은 합격생 중 소말리아 출신 압디사마드 아단 씨(21·사진)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아프리카 북동부에 있는 소말리아는 인구 1000만 명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00달러(약 71만4000원)에 불과한 세계 최빈국 중 하나. NYT는 “아단 씨는 소말리아 최초의 하버드생”이라며 “(올해 하버드대 입학생 중) 전기가 없는 집에서 촛불을 켜고 공부하고 낙타의 젖을 짤 줄 아는 유일한 학생일 것”이라고 밝혔다. 소말리아에서는 대통령이 아단 씨를 초대해 축하할 정도로 국가적 경사로 여겨지고 있다.
아단 씨는 “하버드대 기숙사 독방은 소말리아에서 다른 학생 다섯 명과 함께 쓰던 방만큼 넓다”며 “입학 후 가장 큰 어려움은 은행에서 만든 현금카드를 사용해야 하는데 등록 절차에 필요한 개인전화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캠퍼스 내 성희롱이나 피임도구 콘돔 등에 대해 설명해줬는데 그런 것들은 고향에선 얘기해본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아단 씨는 태어나기 전에 부모가 이혼해서 할머니 손에 힘들게 자랐다. 미국 펀드매니저 출신 조너선 스타 씨가 ‘인재 양성이 최고의 기부’란 신념으로 소말리아에 세운 중고교 6년 과정 기숙학교 ‘아바르소 과학기술 학교’에서 공부하며 하버드대에 대한 꿈을 키웠다. 8학년(중학교 2년) 때 학력 측정 시험에서 전국 2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아단 씨는 “할머니는 집안일을 돕지 않고 공부만 하는 나에게 처음엔 불만이 많으셨지만 하버드대 합격 후에는 많이 자랑스러워하신다”고 말했다.
NYT는 “아단 씨가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면 다른 친구들처럼 유럽으로 가는 난민 대열에 합류했을지 모른다”며 “아단 씨 사례는 이달 하순 유엔 정상회의에서 개발 및 난민 문제를 논의하는 세계 정상들에게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좋은 교훈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아단 씨는 장래 희망에 대해 “공부를 마치면 귀국해 정치 분야에서 일하며 소말리아를 부자 나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해 왔다. 그는 “나중에 소말리아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꿈도 내비쳤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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