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통하는 길, 한국문학서 찾았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8일 03시 00분


작가 초청 다국적 독서클럽 만든 웰시 숙명여대 교수

배리 웰시 숙명여대 국제언어교육원 객원교수가 13일 서울 중구 엠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북&컬처클럽’에 초청된 작가들의 저서를 들어 보였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배리 웰시 숙명여대 국제언어교육원 객원교수가 13일 서울 중구 엠플라자에서 열린 ‘서울북&컬처클럽’에 초청된 작가들의 저서를 들어 보였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작가님의 번역된 작품을 보면 사회의 어두운 면을 많이 다루는데, 마지막 부분에선 인간 본성에 아직 희망이 있다는 내용이 엿보입니다. 제가 제대로 이해한 건가요?”

13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엠플라자 해치홀. 찰스 몽고메리 동국대 영어영문학부 교수(55)가 소설가 박민규 씨(46)에게 물었다. 피부색과 국적이 제각기 다른 100여 명의 관객은 눈을 반짝였다. 박 씨는 “잘 읽으셨다”고 답했다. 한 미국인 남성은 “한국어가 언젠가는 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이를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느냐”고 물었다. 박 씨는 “한국어가 소멸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인류도 어차피 멸망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관중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모임의 이름은 ‘서울북&컬처클럽’. 스코틀랜드 출신인 배리 웰시 숙명여대 국제언어교육원 객원교수(35)가 만든 다국적 독서클럽이다. 매달 1회씩 작가를 초청해 작품에 대해 질의응답과 토론을 벌인다. 통역원도 있다. 이날은 박 씨와 소설가 손보미(33·여), 오한기(29), 최민우 씨(39)가 초청됐다. 영문이 병기된 소설집 ‘K픽션’을 출간한 작가들이다.

웰시 교수는 2010년 한국에 입국해 이듬해 8월 이 모임을 만들었다. 여가시간을 통해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자는 생각에 학창시절 경험을 살려 독서클럽을 만들었다. 일단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해 시간과 장소를 홍보했다. 첫 모임엔 6명이 참석했다.

모임의 인기가 높아진 건 작가들이 모임에 오면서부터였다. 웰시 교수는 영문으로 번역된 한국 소설들을 읽고 직접 출판사와 작가에게 e메일을 보내 연사를 초청했다. 김영하 신경숙 황석영 등 한국인 작가뿐 아니라 외국인 작가도 왔다. 작가와의 대화 시간이 있다는 소식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다.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직업도 교수, 직장인, 학생 등 다양했다. ‘이게 바로 내가 할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웰시 교수는 문학뿐 아니라 영화도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올해 3월 ‘배리 웰시의 서울 필름 소사이어티’라는 모임도 만들었다. 직접 한국영화 DVD를 사서 매달 무료로 상영해주는 모임이다. 매달 50∼100명이 참석하고 있다. 그는 “어디에 살든 사회에 공헌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를 통해 소통하는 장을 제공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세계이주자의 날’(12월 18일)을 맞아 국제이주기구(IOM)가 정한 올해의 캠페인 주제는 ‘이주자는 사회에 기여합니다’. 웰시 교수처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주민들을 알리자는 취지다. IOM한국대표부는 18일부터 25일까지 서울광장에서 국내 첫 캠페인을 연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숙명여대#다국적 독서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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