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생각 다른 사람과 치고받고 토론하며 전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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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조지 W 부시, 美 전직대통령 첫 ‘대통령 리더십 연구’ 프로그램 만들어

“헬로 조지.” “하이 빌.”

8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 시내 언론 박물관인 ‘뉴지엄’의 콘퍼런스센터에 서로를 이렇게 부르며 두 전직 대통령이 등장하자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대통령 리더십 연구’(Presidential Leadership Scholars·PLS) 프로그램의 발족식에 빌 클린턴(42대), 조지 W 부시(43대) 전 대통령이 나란히 참석한 것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주도한 PLS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이 주관하는 본격적인 대통령 리더십 연구 프로그램. 클린턴과 부시 대통령 도서관은 물론이고 조지 부시와 린든 존슨 전 대통령 기념관이 참여해 내년 2월부터 4곳에서 무료로 각 대통령의 리더십을 연구하는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민주당원인 클린턴, 공화당원인 부시 전 대통령은 외교정책 등을 놓고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던 게 사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 퇴임 뒤 언제 그랬냐는 듯 두 사람은 오랜 친구처럼 지내며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등 주요 글로벌 이슈 해결에 호흡을 맞춰왔다.

1946년 생 동갑내기인 두 전직 대통령은 이날 발족식 뒤 40여 분간 진행된 인터뷰 형식의 좌담회에서 리더십에 대한 견해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등 미국식 전직 대통령 문화의 정수를 보여줬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좋은 대통령 리더십과 관련해 “나와 생각을 달리 하는 사람을 주변에 두는 게 중요하다. 그런 사람들과 치고받고 토론하면서 전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그는 토론과 타협이 미국의 정신이라고 강조하며 “미국 헌법에 부제가 있다면 그건 ‘자, 타협하자’일 것”이라고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대통령 리더십이라는 것은 정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리더십을 의미한다. 이 프로그램에 정치학 연구자는 물론이고 군인 사업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로에 대해서는 따뜻한 평가를 주고받았다.

클린턴은 부시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일단 그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진할 때 보여준 투명성과 결단력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부시는 클린턴에 대해 “위대한 커뮤니케이터(소통자)이다.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사람이 관심을 갖도록 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전현직 대통령 간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설파해 주목을 끌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조지가 두 번째 임기 중에는 1년에 두 차례씩 전화를 걸어 40분가량 통화했다. 여러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은 부분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그 자체가 건강한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소개했다.

2016년 미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대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간의 대결이 성사될지도 화제에 올랐다. 방청석에 힐러리가 와 있던 클린턴 전 대통령은 말을 아꼈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1차전(1992년 대선에서 클린턴이 아버지 부시를 이긴 것)은 좋지 않았다”고 말해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빌 클린턴#조지 W 부시#대통령 리더십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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