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관건이었죠. 화석화된 위인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와 이순신 장군을 어떻게 엮을 수 있을까, 이게 숙제였어요.”
개봉 19일째인 17일까지 누적 관객 1462만2638명을 모은 ‘명량’의 김한민 감독(45)은 예상외로 담담했다. 명량이 각종 신기록을 달성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 영화가 내 영화인가 싶을 정도로 실감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영화가) 절대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에서는 자신감이 비쳤다.
16세기 위인과 21세기 대중을 연결하기 위해 그가 꺼내든 카드는 새로운 해상전투 장면이었다. “해전 신을 통해서라면 젊은 관객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과거에도 ‘성웅 이순신’ 같은 영화가 있었지만 대부분 전기적인 작품이라 흥행에 실패했죠. 하지만 해전에 집중하고 장군의 인간적 면모를 다룬다면 분명 울림이 있는 영화가 될 거라고 확신했어요.”
그는 명량의 감독이자 제작자다. 영화를 기획했고 각본에도 참여했다.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고 순제작비 150억 원이 들었다. 투자 배급사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캐릭터는 변화를 줬다. 그는 “원래 일본 장수 구루지마(류승룡)는 좀 더 젊은 인물이었는데 노회하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인기로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같은 영화 속 대사도 화제가 됐다. 사실 김 감독이 ‘밀었던 대사’는 영화 후반부 이순신 장군의 말 ‘이 쌓인 원한들을 어찌 할꼬’였다. “전략적으로 넣은 대사였는데 역시 관객은 감독의 예상을 벗어나더군요.”
2007년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데뷔한 김한민 감독은 네 번째 영화 ‘명량’으로 잭팟을 터뜨렸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첫 제작 영화로 대박을 터뜨린 그는 명량에 이어 ‘한산’과 ‘노량’도 준비하고 있다. 충무공의 3대 대첩 중 명량을 먼저 선택한 것은 “지금 대한민국 국민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명량해전은 가장 엑기스(핵심)가 있는 해전이고 극적이에요. 가장 좌절된 순간을 버텨 승리한 전투였고, 그런 충무공의 정신에 감흥해서 민초와 장졸들이 뭔가를 이뤄내죠. 진부해 보이지만 큰 교훈을 줘요. 아, 이 얘길 하면서도 소름이 돋네요.”
‘한산’은 시나리오를 완성한 상태다. 명량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최민식은 나머지 작품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김 감독은 차기작에서도 최민식과 함께하고 싶은 눈치였다. “인연 따라 가겠지요. 요즘엔 (최민식과) 서로 수고했다면서 술만 마시고 있어요. ‘형님, 수고하셨습니다’ 술 한잔, ‘김 감독, 수고했네’ 술 한잔.”
김 감독은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하지만 전작 ‘최종병기 활’(2011년)에 이어 명량까지 역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에 관심을 보여 왔다. 충무공의 3대 대첩 외에도 “일제강점기 독립투사의 이야기처럼 우리가 놓치고 있는 역사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역사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현재와 연결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껴요. 가슴 벅찬 역사를 영화로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또 어떻게 대중을 설득할지는 제가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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