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이순신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위기를 책임진 진짜 리더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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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순신이…’ 펴낸 김태훈 은행연합회 조사부장

최근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다룬 책을 펴낸 김태훈 전국은행연합회 기획조사부장이 7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최근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다룬 책을 펴낸 김태훈 전국은행연합회 기획조사부장이 7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597년 9월 11일.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회색빛으로 꾸물거렸다. 홀로 함선에 앉은 이순신 장군의 표정도 어두웠다. 이틀 전 왜군의 정탐선이 조선의 수군(水軍)을 살피고 갔다는 첩보를 들은 뒤였다. 왜군이 곧 쳐들어올 것이라는 신호였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는가.”(‘난중일기’ 중)

고작 13척으로 133척에 이르는 왜군의 함대에 맞서야 하는 절망스러웠던 상황. 이순신 장군은 배 위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자신의 처지를 개탄했다. 명량대첩을 불과 5일 앞두고 있었던 일이다. ‘성웅(聖雄)’으로 불리는 이순신 장군 역시 전쟁이 주는 절망감에 괴로워하던 인간이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영화 ‘명량’의 흥행 돌풍으로 이순신의 리더십이 부각되는 지금 “이순신도 완벽하지 않은 인간이었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지난달 이순신 장군을 재조명한 책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2014년·일상이상)를 발간한 김태훈 전국은행연합회 기획조사부장(50)이 그 주인공이다.

평소 이순신 장군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던 김 부장은 2000년 어느 날 이순신에 대한 대부분의 책이 그를 완전무결한 ‘전쟁영웅’으로 묘사한 데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이렇게 완벽한 인간이 있을 수 있을까’ 싶어 틈이 날 때마다 도서관에 가 ‘선조실록’, ‘난중일기’ 등을 읽었다.

4년간의 공부 끝에 김 부장은 2004년 ‘이순신의 두 얼굴’이라는 책을 냈다. 하지만 인간 이순신을 100% 묘사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후 그는 10년을 더 이순신에 매달려 올해 6월 원고를 완성했고 지난달 730쪽에 이르는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김 부장은 이순신이 위대한 업적을 이룬 것은 맞지만 그 역시 고뇌하고 실수하던 평범한 인간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부장은 “이순신은 동료 장군인 원균과의 불화를 일기에 적으며 화를 삭이던 평범한 인간이었다”며 “전쟁 초기 일본군의 주둔지인 부산포 인근으로 병력을 옮겨 전쟁의 판도를 바꿀 기회를 놓치는 등 전술 역시 완전무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이런 평범함을 이겨낸 인간 이순신의 모습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순신은 동료와의 불화에 괴로워하고 부하들에 대한 불만도 많았던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진짜 리더였다는 설명이다.

“이순신은 명량대첩을 앞두고 눈물을 흘릴 만큼 괴로워하면서도 막상 전쟁이 시작되자 망설이는 부하들을 뒤로하고 홀로 적선을 향했어요. 남을 시키지 않고 자신이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직접 보여준 것이죠. 일이 생겼을 때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려 하는 리더십이 실종된 요즘 한국 사회에서 이순신 리더십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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