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街 전설’ 그린버그 베어스턴스 前회장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버핏 “매매차익 실현 나보다 나아”

밑바닥과 최정상, 영광과 굴욕을 모두 맛본 미국 월가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 앨런 그린버그 전 베어스턴스 회장(사진)이 25일(현지 시간) 암 합병증으로 숨졌다. 향년 86세.

그가 평생을 바친 베어스턴스는 한때 미국 5위 투자은행이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파산 위기에 몰렸다. 그린버그는 60년간 일군 회사가 JP모건체이스에 약 23억 달러의 헐값에 넘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린버그는 1949년 베어스턴스에 말단 직원으로 입사해 1978년에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고 1985년 회장이 됐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던 그는 다양한 별명과 신조어를 낳았다.

그는 경영학석사(MBA)보다 ‘PSD 학위’ 소지자를 더 선호했다. 자신처럼 가난하고(Poor) 똑똑하며(Smart) 부에 대한 열망이 있는(Desirous of riches) 사람을 많이 채용했다. 경쟁회사에서 그런 직원을 스카우트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공격적 경영으로 CEO를 맡을 당시 직원 수 1000명, 자산규모 4600만 달러였던 회사를 직원 수 6300명, 주식지분 총액 18억 달러(1993년 기준)의 대형 투자은행으로 키워냈다. 그는 사내에서 ‘무서운 매’로 불렸고 간부 직원들을 달달 볶는 회의는 ‘식은땀(cold sweat) 미팅’으로 명명됐다. 흔히 불리던 별명인 ‘앨런 에이스 그린버그’에서 ‘에이스’는 브리지 게임에 탁월했기 때문이었다. 전국 브리지 게임에서 챔피언을 차지한 적도 있다.

세계 3위 부자이자 ‘전설적 투자자’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개인 성명을 내고 “그린버그는 대단한 친구였고 같이 있으면 항상 즐거웠다”고 애도했다. 버핏 회장은 “그린버그는 브리지 게임, 마술, 강아지 키우기, 매매차익 실현 등 인생에서 중요한 모든 일에서 나보다 나았다”고 말하곤 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