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로 돌진한 ‘한국의 돈키호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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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9일 팰리스시어터에 뮤지컬 올리는 신춘수씨

‘힙합의 신’ 투팍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그는 “예전의 나였다면 타임스스퀘어에서 웃통 벗고 춤췄겠지만 넘어야 할 산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기에 두려움도 크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힙합의 신’ 투팍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로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 그는 “예전의 나였다면 타임스스퀘어에서 웃통 벗고 춤췄겠지만 넘어야 할 산이 어마어마하다는 걸 알기에 두려움도 크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심장부에서 한국인이 만든 뮤지컬이 6월 막을 올린다.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46)가 책임프로듀서를 맡아 전설적인 힙합 가수 투팍의 노래들로 만든 뮤지컬 ‘할러 이프 야 히어 미(Holler if ya hear me·내 목소리 들리면 소리쳐)’가 6월 19일 브로드웨이 주요 극장인 팰리스시어터에서 공연을 시작한다. 투팍은 ‘라이프 고즈 온’ ‘체인지스’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곡들을 남겼지만 1996년 25세 나이에 의문의 총격으로 숨졌다. 한국인이 책임프로듀서가 돼 만든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1일 만난 신 대표는 의외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대관이 확정됐다는 소식에 뭉클했지만 엄청난 무게의 책임이 가슴을 눌렀어요. 성공할지 실패할지 아직 모르니까요.”

1990년대 활동했던 투팍의 히트곡을 제목으로 한 이 뮤지컬은 밑바닥 삶을 사는 흑인 청년들이 희망을 노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신 대표와 함께 작업하는 프로듀서 에릭 골드는 ‘예스맨’ ‘스케어리무비’ 시리즈를 만들었다. 1700석 규모의 팰리스시어터는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을 바라보고 바로 오른쪽에 있다. ‘아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미녀와 야수’ 등이 공연됐다.

“이번 작품은 투팍의 인생이나 인종차별을 다루진 않아요. 콘크리트에서 피어나는 장미처럼 삶에 대한 희망을 그리죠.”

‘지킬 앤 하이드’ ‘맨 오브 라만차’로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신 대표는 ‘뮤지컬계의 돈키호테’로도 불린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도전하고 숱하게 실패했다. 그는 ‘콘택트’ ‘스팸 어 랏’ 등 국내에서 올린 작품이 줄줄이 실패하면서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그러던 중 미국 유명 엔터테인먼트 에이전시인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가 투팍의 노래를 뮤지컬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미국에서 꾸준히 작업해 온 그를 눈여겨본 것이다.

신 대표는 2009년 미국과 합작해 ‘드림걸즈’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미국에서 ‘스핀’ ‘요시미 배틀스 더 핑크 로보츠’ 등을 제작했지만 브로드웨이로 진출하지는 못했다.

이번 작품은 제작비로 800만 달러(약 83억2000만 원)가 투입됐고, 공연장 운영에 매주 50만 달러(약 5억2000만 원)가 든다.

“세계에 라이선스를 주는 ‘오리지널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요. 브로드웨이는 주간 단위로 산정해 매출액이 운영비보다 낮으면 작품을 내립니다. 하루 만에 내리는 경우도 있어요. 합리적이지만 잔인하죠. 요즘 하루 만에 공연을 내리는 악몽에 시달리고 있어요.(웃음)”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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