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SNS 홍보’에 20만명이 감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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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 ‘좋아요’ 7000개 넘으면 저소득층 아이들 해외탐방 떠나요”
‘초록우산’ 김전훈씨 호소에 열띤 호응… 대구 중학생 30명 24일 라오스 여행

초록우산 대구본부의 김전훈 사회복지사(26)는 14일 오후 6시경 본부 건물 옥상에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이 올라온 지 1시간 만에 ‘좋아요’가 7000건을 넘었고 17일에는 20만 건을 돌파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초록우산 대구본부의 김전훈 사회복지사(26)는 14일 오후 6시경 본부 건물 옥상에서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진이 올라온 지 1시간 만에 ‘좋아요’가 7000건을 넘었고 17일에는 20만 건을 돌파했다. 페이스북 화면 캡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한 장 덕분에 대구 지역 저소득층 학생 30명이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사흘 만에 무려 20만 명이 ‘좋아요’ 버튼을 누르며 학생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자 끊길 뻔한 후원의 손길이 다시 모였기 때문이다.

어린이복지재단 초록우산의 사회복지사 김전훈 씨(26)는 14일 페이스북에 ‘좋아요 7000개를 넘으면 저소득층 아이들이 해외문화 탐방을 갈 수 있다’는 내용의 피켓을 촬영해 올렸다. 김 씨는 페이스북에 “방학 때 해외여행을 다녀와 학교에서 자랑하는 친구들을 보고 말없이 집으로 돌아와 눈물지은 아이들도 많다”면서 “이 같은 문화격차를 줄여보기 위한 도전에 페북 친구들의 따뜻한 응원을 부탁한다”고 적었다.

초록우산 대구본부는 6년 동안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들의 해외문화 탐방 사업을 벌여왔다. 그런데 올해는 나빠진 경기 탓에 후원금액이 줄면서 사업을 축소할 상황에 몰렸다. 더 많은 학생들에게 해외여행의 기회를 주고 싶었던 김 씨는 길거리로 나가 모금활동을 벌였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고심 끝에 그는 홍보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겼다. 행운의 숫자인 ‘7’을 떠올려 7000개의 ‘좋아요’를 목표로 삼았다. 7000개가 넘으면 여행을 지원하겠다고 사전에 약속한 기업은 없었지만 그 정도면 기업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사진과 글을 올린 지 1시간 만에 ‘좋아요’가 7000개를 넘겼고 나흘째인 17일에는 20만 건에 달했다. “페이스북 사진을 보고 감동 받았다”며 후원회원에 새로 가입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대구에서 게임회사를 운영 중인 박재숙 라온엔터테인먼트 사장(51·여)은 초록우산을 통해 저소득층 학생들의 해외여행을 꾸준히 지원해 왔지만 올해는 후원 규모를 줄여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박 사장은 이번 페이스북 이벤트를 보고 아이들에게 해외여행이 얼마나 절실한지 새삼 깨닫고 “아이들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전과 다름없는 후원을 약속했다.

후원 참여 문의도 잇따랐다. 한 여행사는 “아이들의 여행을 돕고 싶다”고 제안했고 아이들에 대한 후원을 상의하는 기업도 추가로 나왔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 24일 대구지역 저소득층 가정 중학생 30명이 라오스로 5박 6일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첫 해외여행에 나서는 학생들의 기쁨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면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20만 명이 넘는 누리꾼과 후원자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호경·정호재 기자 whalefisher@donga.com
#페이스북#사회복지사#김전훈#어린이복지재단 초록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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