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수영계의 박태환’ 김세진 군이 성균관대에 역대 최연소로 합격했다. 김 군을 키운 건 팔할이 어머니 양정숙 씨(오른쪽)다. 양 씨는 의족 없이는 걸을 수 없는 김 군에게 수영을 권유해 세계적인 수영선수로 만들었다. 성균관대 제공
“저는 꿈이 많아요. 2016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 장애인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야 되고요, 25세에는 스포츠심리학 박사가 될 거예요. 그리고 더 나이 들면 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될 겁니다.”
내년 성균관대 입학을 앞둔 ‘장애인 수영의 박태환’ 김세진 군(15)은 2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성균관대는 김 군이 스포츠학과 체육특기자 수시모집에 합격해 대학 사상 최연소 합격자가 됐다고 24일 밝혔다. 김 군은 2009년 런던 세계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 3관왕(접영 50m, 자유형 150m, 개인혼영 200m)을 차지한 한국 장애인 수영의 기대주다.
김 군은 오른쪽 다리는 무릎 아래가, 왼쪽 다리는 발목 아래가 없다. 두 팔은 있지만 오른손은 손가락이 엄지와 약지 두 개뿐이다. 김 군은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만들어지지 않는 선천성 사지무형성 장애를 앓았다. 이런 김 군을 세계 장애인 수영의 1인자로 만든 이는 어머니 양정숙 씨(44)다. 양 씨는 보육도우미, 대리운전, 심리상담사 등을 하며 아들을 키웠다.
김 군은 양 씨의 친아들이 아니다. 양 씨는 1998년 대전의 한 보육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다가 생후 6개월이 된 김 군을 만났다. 그날엔 김 군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양 씨는 김 군의 눈동자가 잊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생후 18개월이 되던 이듬해 김 군을 입양했다.
김 군이 처음 수영을 접한 것은 5세 때다. 양 씨는 김 군이 걸을 수 있도록 의족을 맞춰 줬다. 하지만 의족은 김 군의 등뼈를 휘게 만들었다. 몸의 균형도 점점 비틀어졌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수영이다. 이때 처음 물속에 들어간 김 군은 엄마에게 “의족을 떼고 수영을 하니 너무 자유롭고 하늘을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영에 소질을 보인 김 군은 2006년 9세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영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같은 해 김 군은 한국에서 열린 장애인 수영대회를 석권했다.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대회에서 자유형 50m 5위를 차지했다.
김 군은 중학을 중퇴한 뒤 검정고시를 치러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김 군을 체육특기자로 받아주는 학교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 군은 자매결연 프로그램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넬디 타이 마란자(13)라는 소년을 돕는 일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 군처럼 다리가 없는 넬디는 김 군이 지원해주는 돈으로 생활비와 교육비를 대고 다리를 치료하고 있다. 그 덕분에 넬디는 축구선수가 되는 꿈을 꾼다. 김 군은 “나도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으니 내가 또 다른 희망이 돼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이 되면 봉사활동 말고도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군은 “가장 하고 싶은 거요? 그래도 대학생이니까 미팅을 제일 하고 싶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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