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인들의 펜으로 북녘에 자유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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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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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펜대회 문학포럼… 탈북 문인들 참혹한 北 실상 증언

11일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78회 국제 펜대회의 문학포럼 참가자들.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소설가 이문열, 발표자인 장윤익 통일문학포럼 회장, 김영순 탈북 무용가,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도명학 탈북 시인, 유미리 재일동포 작가. 경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1일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78회 국제 펜대회의 문학포럼 참가자들. 왼쪽부터 좌장을 맡은 소설가 이문열, 발표자인 장윤익 통일문학포럼 회장, 김영순 탈북 무용가,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도명학 탈북 시인, 유미리 재일동포 작가. 경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문인들에게 머리가 얼마나 중요합니까. 감옥에 있을 때 간수들은 제 머리로 청소를 시켰습니다. 이 자리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2006년 탈북한 시인 도명학이 테이블 앞으로 나와 엎드린 뒤 바닥에 머리를 대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어어∼” 하는 안타까운 탄성이 들렸다. 도 시인이 “전 세계 문인들이 핍박받는 북한 문인들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 마음을 합쳐주십시오”라고 말하자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수는 10초 넘게 이어졌다.

11일 경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서 열린 제78회 국제 펜대회의 문학포럼 ‘표현의 자유와 미디어’. 북한의 참혹한 실상에 대해 탈북 문인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356석을 가득 메운 장내는 내내 숙연했다. 이 자리의 좌장을 맡은 소설가 이문열은 “귀하고 슬픈 증언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도 시인은 “북한에서 저 자신이 굶주리면서도 시 ‘우리는 더 잘살 것이다’ 등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수십 편의 시를 썼지만 애착이 가지 않았다. 진실이 담긴 작품, 쓰고 싶은 작품을 쓰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북한의 현실을 담은 ‘곱사등이들의 나라’ ‘외눈도 합격’ 등의 작품을 남몰래 썼다가 국가보위부에 적발됐다. ‘곱사등이들의 나라’는 폭압과 생활고로 죽지 못해 살아가면서도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외눈도 합격’은 한쪽 눈이 없는 장애인이 군 입대를 한 사연을 풍자했다. 이 작품들을 발표는 엄두도 못 내고 몰래 간직하고 있던 시인에게 보위부는 ‘반동선동죄’를 적용해 그를 북한 자강도의 감옥에 보냈다.

도 시인은 14일 총회에서 펜클럽 가입이 결정되는 ‘망명 북한작가 펜센터’의 이사이기도 하다. 그는 “분단의 특수한 상황에서 남한에 두 개의 펜이 생기게 된다. 나라의 통일과 함께 펜센터가 하나가 되는 날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9년간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던 탈북 무용가 겸 문인 김영순은 수용소에서의 삶을 이렇게 표현했다. “날아다니는 것 다 잡아먹고, 기어 다니는 것 다 잡아먹고, 돋아나는 풀 다 뜯어먹는 비참한 생활이었다.”

김정일의 부인 성혜림과 친해 김정일의 사생활을 안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온 가족 8명이 요덕수용소에 수감됐던 그는 “가족 6명은 실종되거나 총살당했고 저를 포함해 2명만 살아남았다”고 증언했다. “북한에서 고초를 겪은 한 사람으로서 여러 문인에게 부탁드립니다. 북녘에 자유를 주십시오. 붓으로 자유를 주십시오.”

장윤익 통일문학포럼 회장은 “남한 작가들은 북한 작가들의 인권 신장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통일문학은 남북한 이념 갈등에서 벗어나 통합의 문학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국제 펜대회#탈북 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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