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호킹’ 이상묵 교수 “이거다 싶으면 바로 하세요… 나중엔 늦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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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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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대륙 횡단여행 33일째

전동 휠체어에 의지해 40일간의 미국 횡단 여행에 나선 ‘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지난달 30일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33일간의 힘든 여정에도 불구하고 줄곧 밝은 표정을 지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전동 휠체어에 의지해 40일간의 미국 횡단 여행에 나선 ‘한국의 스티븐 호킹’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지난달 30일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그는 33일간의 힘든 여정에도 불구하고 줄곧 밝은 표정을 지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살면서 감사를 뒤로 미뤘어요. 나중에 성공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겠다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사고를 당한 뒤 나중에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맞다 생각하면 지금 해야죠.”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50)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앞에서 특파원단을 만나 꺼낸 첫마디는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한다(Now or Never)’였다.

사지가 마비된 그는 6월 27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40일간의 미국 횡단 여행에 나섰다. 10개 도시를 거쳐 33일 만에 뉴욕에 도착한 이 교수는 힘든 여정에도 불구하고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그는 지난해 1월 호흡 곤란으로 사경을 헤매기도 했다. 주위의 많은 이들이 이번 여행을 만류했지만 죽기 전에 몇 가지 숙원을 꼭 이루겠다는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그는 “횡단 여행을 하기 전에 중요한 과제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갑자기 인생에 더 중요한 게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고 말했다.

미국을 다시 찾은 것은 2006년 여름 제자들과 서부의 지질 환경 탐사를 하던 중 차량 전복으로 사지마비의 부상을 당한 지 6년 만이었다. 사고 현장을 찾아 유명을 달리한 제자들을 추모하고 싶었다. 미국의 장애인 생활을 직접 체험하고 장애 극복을 위해 세계 연구기관들과 머리를 맞대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다.

두 명의 보조원이 밴 차량을 개조한 특수 차량에 이 교수를 태우고 하루에 많게는 9시간을 이동했다. 강행군에는 난관도 많았다.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1시간 가까이 갇혔고, 전동 휠체어가 고장이 나 꼼짝도 못했으며, 갑작스럽게 몸이 뜨거워져 동행자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었다. 난관을 만났을 때의 기분을 묻자 이 교수는 “장애인들에게는 그게 삶이고 사소한 것도 언제나 도전이다. 여기 온 것만도 도전 아니냐. 우리에겐 가능한지가 중요하지 불편한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여행은 중증 장애인이 된 이후 누리지 못했던 큰 기쁨을 그에게 가져다줬다. 사고 후 처음으로 바다를 보고 태어나 처음으로 낚시를 했다. 몬태나 주 헬레나 시 하우저레이크에서 입으로 낚싯줄을 무는 특수장비로 팔뚝만 한 대어를 낚은 것. 그는 “한국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야외 활동을 할 수 있을 만큼 미국은 장애인을 위한 인프라를 잘 갖춰 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의 장애인 보호 인프라를 비교해 달라는 부탁에는 “그건 밤새워 얘기해도 못할 내용”이라며 큰 격차를 에둘러 말했다. 그는 “한국도 생활수준이 높아진 만큼 주위를 둘러보는 ‘좋은 이웃 효과(good neighbor effect)’를 기대한다”며 “이번 여행 경험을 토대로 정책 제안을 하고 책도 써 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질학자인 이 교수는 전공에 대한 갈증이 컸다. 몇 차례나 “장애 분야는 내 전공이 아닌데…”라며 새로운 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번 여행에서 들른 와이오밍 주의 횡단 지층을 내년에는 제자들과 함께 찾아와 연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덤으로 받은 인생이 벌써 6년이나 됐어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도전할 생각입니다. 하늘나라에 가서 ‘너 뭐 했느냐’고 물을 때 자신 있게 대답하기 위해서 말이죠.”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이상묵 교수#미국 대륙#횡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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