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스타벅스 커피로 미국 문화를 접하듯 북한이 개방되거나 남북이 통일된 이후 북한 주민이 자연스럽게 남한 문화를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영국 외교부의 ‘셰브닝 장학금’ 장학생으로 선발된 탈북자 홍성일 씨(29)는 18일 서울 중구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셰브닝 장학금은 영국 정부가 각국 장학생을 선발해 영국 유학비용을 지원하는 것으로 작년부터 한국 장학생 중 탈북자도 1명씩 뽑고 있다.
런던정경대(LSE) 킹스칼리지 등에 지원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홍 씨는 9월부터 1년간 문화심리학 석사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그는 “영국 유학 이후에도 문화심리학을 더 공부해 통일이나 북한 개방 이후 북한 주민들이 겪을 심리·문화적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연세대 심리학과 재학 시절 “‘된장녀’는 단지 비싼 커피를 찾는 게 아니라 미국 뉴욕 문화를 소비하는 행위”라는 교수의 말을 듣고 이런 결심을 굳혔다. 그는 “통일 이후 하위문화에 속할 북한 주민과 상위문화를 누릴 남한 사람 사이에 수직적 문화가 형성되고 부정적 편견이 생길 수 있는데 이 간극을 줄이고 싶다”고 설명했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홍 씨는 1997년 탈북해 중국 선양(瀋陽)에서 조선족 중학교를 다니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을 거쳐 2000년 8월 한국에 들어왔다. 주한 영국대사관 관계자는 “1∼3월 영국대사관 정치과 인턴으로도 일했던 홍 씨를 눈여겨본 대사관 참사관이 아내에게 부탁해 영어 과외를 시켜줄 정도로 홍 씨의 성실성이 돋보였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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