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엉터리 영문편지 4억여원 낙찰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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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선생에게 쓴 유배지 편지, 배운 기간 짧아 오류투성이
“7일 너머로 유럽으로부터 한배가
그는 도착해서 1816년 1월 첫날 우리는 그 누구… ”

‘7일 너머로 유럽으로부터 한 배가 그는 도착해서 1816년 1월 첫날 우리는 그 누구 무언가로부터 설명을 해 줄 것임(7일 후에 유럽으로부터 오는 배 한 척이 1816년 1월 1일 이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식을 전해줄 것임).’

이 문장은 프랑스 황제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1815년 6월 워털루 전투에서 영국에 패배한 후 대서양 남부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1816년 3월 9일 쓴 것으로 유배지에 함께 머물던 영어 선생 라스 카즈 백작에게 보낸 편지(사진) 글의 일부다. 10일 프랑스 퐁텐블로 경매에 이 편지가 나와 32만5000유로(약 4억8000만 원)에 낙찰됐다고 AP통신이 11일 보도했다. 편지는 나폴레옹이 영어로 쓴 3통 중 맨 나중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편지는 나폴레옹이 영어를 배운 지 불과 몇 주밖에 되지 않아 엉터리 문법과 철자로 가득하지만 낙찰가는 당초 예상됐던 6만∼8만 유로보다 4배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고 경매업체 오세나트 측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귀중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전했다. 예를 들어 나폴레옹이 적국인 영국을 ‘장사꾼들의 나라’로 부르는 등 싫어했다고만 알려진 것과는 달리 영국의 법의 지배와 역사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새로운 면을 보여주었으며 말년에 얼마나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는지, 유배지에서의 그의 마음 상태는 어땠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준다는 것.

영어가 서툴렀던 나폴레옹은 펜으로 불과 14줄을 쓰는 데 오전 2시부터 시작해 2시간 이상씩 걸려 썼다고 한다. 유럽 제국을 휩쓸던 황제였으나 유배지에서 위암과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우수에 잠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통신은 그가 영어를 배운 것은 시간을 때우기 위한 것이자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언어였던 영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허영심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나폴레옹#나폴레옹 편지#나폴레옹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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