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노 슌이치로 日 축구협 최고고문 “韓日 손 잡고 월드컵 공동개최 한번 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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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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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한일월드컵 지휘

오카노 이치로 일본축구협회 최고고문은 2002 한일 월드컵 개막 당시를 회고하며 “두 나라가 한 번 더 공동개최하는 것도 좋은 제안”이라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오카노 이치로 일본축구협회 최고고문은 2002 한일 월드컵 개막 당시를 회고하며 “두 나라가 한 번 더 공동개최하는 것도 좋은 제안”이라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가능하면 한 번 더 월드컵축구대회를 유치하고 싶다. 한국과 일본 모두 단독 개최를 원하겠지만 두 나라가 한 번 더 공동개최하는 것도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

오카노 슌이치로(岡野俊一郞·81) 일본축구협회 최고고문이 29일 일본 도쿄의 개인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만나 10년 전 5월 31일 서울에서 개막된 2002 한일 월드컵축구대회 공동개최 당시를 회고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지냈던 오카노 고문은 당시 일본축구협회장 겸 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그는 “일본과 한국이 월드컵을 공동개최하기까지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지금 돌이켜봐도 훌륭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며 “한일 양국 관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고, 작은 나라들에는 공동개최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공동개최가 한일 양국에 남긴 것은.

“월드컵 개막식 때 일본 왕족으로 제2차 세계대전 후 처음 서울을 방문한 다카마도노미야 노리히토(高円宮憲仁·아키히토 일왕의 사촌) 당시 일본축구협회 명예총재는 대회 후 ‘가깝고도 먼 나라가 가깝고도 멀지 않은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그 말 그대로다. 내가 한국에 처음 간 것은 한일 국교정상화 전인 1960년이었다. 칠레 월드컵 지역예선 경기를 위해서였는데 당시 한국축구협회에서 국교가 없는 나라의 국기는 경기장에 게양할 수 없다고 해 논란이 됐다. 우여곡절 끝에 국기를 게양했다. 그런 시대를 경험하다 보니 월드컵 공동개최가 막상 결정됐을 때는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 보니 양국이 서로를 응원했다. 일본 대표팀이 16강에서 떨어지자 일본 서포터스는 붉은 유니폼을 입고 도쿄 내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新大久保)로 몰려가 한국을 응원했다. 나는 그걸로 2002 월드컵 공동개최가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서로 의기투합해 박수치고, 응원하고 이해하는 것이 바로 축구가 갖는 멋진 문화라고 생각한다.”

―월드컵 후 일본에서 한류(韓流) 붐이 불고 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의 초대를 받아 2010년 한일협력위원회 일본대표로 서울을 방문했다. 당시 한국대표가 ‘한국은 과거 일본 문화를 거부했지만 지금은 아시아 문화로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서로의 문화를 아시아 문화로 받아들이고 키워 나가야 한다. 한류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동아시아는 세계축구의 변방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세계축구 심장부에서 뛰는 박지성 같은 선수가 양국에서 더 나와야 한다. 한일 양국은 서로 경쟁하고 협력해 아시아 전체의 축구 수준을 끌어올려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월드컵 때 지은 경기장이 대부분 적자다.

“처음부터 이런 사태를 경고해 왔다. 일본 경기장은 모두 지방자치단체 소유인데 지을 때 돈이 부족해 국가의 보조금을 받았다. 보조금에는 여러 제한이 따라붙어 경기장에 쇼핑시설이나 병원 등을 들일 수 없게 된다.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경기장 적자는 면할 방법이 없다. 모나코 같은 나라는 스포츠센터와 사무실이 들어선 7층 빌딩 옥상에 축구경기장을 지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스포츠 투자 얘기가 나오면 이래저래 시끄럽다. 오늘날 일본 젊은이 절반 이상이 취업 후 3년 이내에 직장을 그만두는 이유는 제대로 놀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놀이터이던 골목길과 도로가 차량에 점령된 후 대체 놀이터를 만들지 못했고, 놀이를 잃어버린 아이들은 동료와 협업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스포츠는 분명한 사회적 역할이 있는 또 하나의 문화라는 얘기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오카노 슌이치로#한일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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