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팀 ‘수중폭발 충격’ 국내 첫 계측 성공

  • Array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더 강한 군함 설계 가능해져
천안함 등 원인 규명에도 유용

천안함 폭침사건 발생 2년(26일)을 맞은 가운데 미국 해군대학원 교수 출신인 한국인 과학자가 국내 처음으로 모형 선박을 이용해 폭약의 수중폭발 실험을 했다. 실험 결과 물속에서 500g의 발파용 폭약만 터져도 굴착기가 바위를 깎을 때의 힘과 맞먹는 압력이 배에 전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험 결과는 수중폭발의 충격에 강한 군함을 설계하는 데 활용 가능하다.

신영식 KAIST 해양시스템공학전공 초빙교수(사진)는 15일 컴퓨터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실제로 폭탄을 물속에서 터뜨려 실험하고, 그 폭발이 선박에 미치는 영향을 계측하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신 교수는 미국에서 ‘수중폭발 전문가’로 불렸던 인물로 정년 이후 KAIST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신 교수팀은 실험을 위해 가로 1m, 세로 2m 크기의 알루미늄 모형 선박을 만든 뒤 가속도 센서, 압력 센서 등을 선박 곳곳에 부착했다. 이어 한 채석장 내 인공호수에서 배와 4.5m 거리, 수면 아래 2m 깊이에 설치한 발파용 폭약 500g을 터뜨렸다. 그 결과 약 1000psi(프사이·1psi는 약 0.07기압)의 충격파(쇼크웨이브)가 이 배에 전달됐다. 신 교수는 “굴착기가 바위를 깎아 내는 힘과 맞먹는 압력”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실험을 폭약의 양을 늘려 보거나, 폭약이 설치된 수심을 달리하는 등 환경을 바꿔 가며 2주일에 걸쳐 모두 18차례 실험을 했다. 폭약의 양을 2배(1kg)로 늘리면 압력은 50%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등 다양한 조건에서 선박이 받는 힘을 조사해 기록했다.

이 실험 결과를 활용하면 충격에 더 강한 군함을 설계할 수 있다. 천안함 사태 같은 일이 재발한다면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기초 자료로도 가치가 있다. 연구팀은 해군이 원하면 이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대전=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
#수중폭발시험#천안함2주기#카이스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