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열심히 배워 행복할 권리 찾을게요”…국내 첫 다문화 기술학교 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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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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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 다솜학교 개교

2일 오후 충북 제천시 강제동 옛 한국폴리텍대 제천캠퍼스 강당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국내 최초의 기술학교인 한국폴리텍 다솜학교 개교식이 열렸다.개교식에 참석한 김황식 국무총리(앞줄 가운데)와 신입생 45명이 팔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2일 오후 충북 제천시 강제동 옛 한국폴리텍대 제천캠퍼스 강당에서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국내 최초의 기술학교인 한국폴리텍 다솜학교 개교식이 열렸다.개교식에 참석한 김황식 국무총리(앞줄 가운데)와 신입생 45명이 팔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여러분은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할 권한과 의무도 있습니다. 누구도 자신의 출생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2일 오후 충북 제천시 강제동 옛 한국폴리텍대 제천캠퍼스 강당. 김황식 국무총리의 축사가 끝나자마자 200여 명이 앉아 있던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리에 앉아 있던 머리색과 피부색이 다른 45명의 학생은 이날부터 함께 공부하는 친구가 됐다. 김 총리는 “우리 사회가 아직은 다문화 학생들에게 힘든 환경”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을 저에게 직접 약속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국폴리텍 다솜학교는 국내 최초의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기술학교다. 이 학교는 2010년 사회통합위원회에서 다문화가정 학생들만 다니는 기술학교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가 학교 설립을 추진해 이날 개교했다.

신입생 45명은 모두 부모 중 한쪽이 외국 출생이다. 일반적인 정규교육과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기술 전수’로 새로운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이 학교의 목표다. 이곳을 졸업하면 고교 학력을 인정받는 동시에 기능사 수준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컴퓨터기계과, 플랜트설비과, 스마트전기과 등 3개 학과로 운영된다. 정원은 각각 15명이며 폐교한 한국폴리텍대 제천캠퍼스 건물을 활용해 전 재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전남 해남의 한 일반계 고교를 중퇴하고 다솜학교 1학년으로 새로 입학한 김혜진 양(17)은 지금은 한국 국적인 어머니가 중국동포 출신이다. 중학교 때까지 반마다 두 명 이상 있었던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고등학교 입학 이후 김 양 혼자 남았다. 김 양은 “동급생의 따돌림 때문에 1년 만에 고등학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 국내 최고의 전기 기술을 배워 다문화가정 학생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기술을 습득하는 일은 일반 학생들보다 더욱 절실한 문제다. 다솜학교 변경환 교사는 “이번에 입학한 학생 중 80%가 국내 출신자가 아닌 중도 입국자”라며 “한국말과 한국문화에 서투른 학생들을 우리 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기술을 가르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1호 다문화 기술학교인 다솜학교는 향후 국내 다문화가정 학생뿐 아니라 새터민 학생들에게까지 기술 교육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한국폴리텍대에 재학하는 대학생을 멘토로 지정해 다솜학교 학생들의 기술교육 및 사회적응을 도울 계획이다.

제천=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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