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할 권한과 의무도 있습니다. 누구도 자신의 출생 때문에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2일 오후 충북 제천시 강제동 옛 한국폴리텍대 제천캠퍼스 강당. 김황식 국무총리의 축사가 끝나자마자 200여 명이 앉아 있던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리에 앉아 있던 머리색과 피부색이 다른 45명의 학생은 이날부터 함께 공부하는 친구가 됐다. 김 총리는 “우리 사회가 아직은 다문화 학생들에게 힘든 환경”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것을 저에게 직접 약속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국폴리텍 다솜학교는 국내 최초의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기술학교다. 이 학교는 2010년 사회통합위원회에서 다문화가정 학생들만 다니는 기술학교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폴리텍대가 학교 설립을 추진해 이날 개교했다.
신입생 45명은 모두 부모 중 한쪽이 외국 출생이다. 일반적인 정규교육과정에 적응하지 못하는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기술 전수’로 새로운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 이 학교의 목표다. 이곳을 졸업하면 고교 학력을 인정받는 동시에 기능사 수준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컴퓨터기계과, 플랜트설비과, 스마트전기과 등 3개 학과로 운영된다. 정원은 각각 15명이며 폐교한 한국폴리텍대 제천캠퍼스 건물을 활용해 전 재학생이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된다.
전남 해남의 한 일반계 고교를 중퇴하고 다솜학교 1학년으로 새로 입학한 김혜진 양(17)은 지금은 한국 국적인 어머니가 중국동포 출신이다. 중학교 때까지 반마다 두 명 이상 있었던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고등학교 입학 이후 김 양 혼자 남았다. 김 양은 “동급생의 따돌림 때문에 1년 만에 고등학교를 중퇴할 수밖에 없었다”며 “앞으로 국내 최고의 전기 기술을 배워 다문화가정 학생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 기술을 습득하는 일은 일반 학생들보다 더욱 절실한 문제다. 다솜학교 변경환 교사는 “이번에 입학한 학생 중 80%가 국내 출신자가 아닌 중도 입국자”라며 “한국말과 한국문화에 서투른 학생들을 우리 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기술을 가르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1호 다문화 기술학교인 다솜학교는 향후 국내 다문화가정 학생뿐 아니라 새터민 학생들에게까지 기술 교육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 한국폴리텍대에 재학하는 대학생을 멘토로 지정해 다솜학교 학생들의 기술교육 및 사회적응을 도울 계획이다.
제천=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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