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훈련 도중 양 손목에 부상을 당한 뒤 11번의 수술과 730일의 재활 기간을 견뎌내고 현장에 복귀한 김형수 소방위(가운데). 채널A 제공
‘신이시여/제가 업무의 부름을 받을 때에는/아무리 강렬한 화염 속에서도/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저에게 주소서.’(‘소방관의 기도’ 중)
대전 남부소방서 현장지휘대 김형수 소방관(소방위). 그는 지난달 16일 동아일보사와 채널A가 주최한 제1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노블레스상을 받았다. 채널A가 12일 오후 8시 50분 방영하는 다큐 스페셜 ‘제복이 아름다운 사람, 내 사랑 형수씨’의 주인공이다.
23년 경력의 김 소방관은 2000년 11월 레펠 하강 시범 중 추락사고로 손목을 다쳤다. 양 손목의 미세한 뼈가 부러지면서 힘줄과 신경까지 모두 끊겨버린 중상이었다. 진단 받은 병명만도 13개였다. 의료진은 손목을 절단하자고 했다. 신경과 혈관을 다시 잇는다고 해도 통증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부상 당시만 해도 그가 다시 소방관 제복을 입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그는 수시로 제복을 들여다보며 11번의 수술을 견디어냈다. 재활 기간 동안 마라톤대회에도 출전했다. 수술 후 실밥을 풀지 않은 상태로도 계속 달렸다. 마라톤 때 찍은 사진에 불편한 손으로 재기의 글귀를 써가며 재활 의지를 다졌다.
김 소방관이 소방서에 복귀하기까지는 730일이 걸렸다. 하지만 손을 제대로 쓸 수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사고 당시 부인의 배 속에 있던 둘째 딸이 소방서 견학을 다녀온 뒤 그에게 물었다. “아빠도 소방관 아저씨처럼 용감해?” 그는 딸의 말에 용기를 얻어 소방조사관직에 도전했다.
사고 후 12년간 지속된 그의 도전과 봉사는 ‘영예로운 제복상’ 노블레스상으로 보상받았다. 이 상은 화재를 진압하거나 인명을 구조하다 다쳐서 생긴 장애를 이겨내고 업무에 헌신해 온 소방관에게 수여한다.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 다음 날 그는 동료들과 정복을 갖춰 입고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이곳에는 업무 중 순직한 소방관 73명이 묻혀 있다. 그들에게도 김 소방관처럼 어린 자녀가 있었고 아내가 있었다.
그는 묘소에서 ‘소방관의 기도’ 마지막 구절을 낭송했다.
‘신의 뜻에 따라/저희 목숨을 잃게 되면/신의 은총으로/제 아이와 아내를 돌보아 주소서.’
전국에는 인명을 구하기 위해 화염 속으로 뛰어들 준비가 돼 있는 소방관 3만6000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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