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옷 벗겼어요? 빼앗은 겁니다잉~”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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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비싼 옷 벗겼어요?… 그건 뺏은 거예요”

광주지방경찰청이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의경 대원들로 꾸린 ‘경찰 애정남’. 이들은 모호한 ‘학교 폭력’의 개념을 분명하게 정리해줘 인기를 끌고 있다. 왼쪽부터 정성안 김형진 상경, 박재훈 이호영 일경. 광주지방경찰청 제공
광주지방경찰청이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의경 대원들로 꾸린 ‘경찰 애정남’. 이들은 모호한 ‘학교 폭력’의 개념을 분명하게 정리해줘 인기를 끌고 있다. 왼쪽부터 정성안 김형진 상경, 박재훈 이호영 일경. 광주지방경찰청 제공
“친구에게 부탁해서 몇 대 때려주라고 하면 나는 괜찮을 것 같죠? 아니에요. 이런 경우 ‘교사범(敎唆犯)’이 되는 거예요. 선생님만 교사가 아니에요. 누구에게 시키는 것을 한자로 가르칠 교, 부추길 사, ‘교사’라고 하는 거예요. 나 대신 때려주라고 시키면 안 돼요.”

“친구한테 돈을 얼마까지 빌릴 수 있을까요? 다음 날 갚을 수 있는 한도까지 빌릴 수 있는데 가령 책 한 권 값은 가능하지만 오토바이 값은 안 돼요.”

9일 오전 광주 광산구 도산동 송광중학교. 전교생 920여 명이 대강당에 모여 KBS ‘개그콘서트’ 코너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을 패러디한 공연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지켜봤다. 의경들로 꾸려진 ‘경찰 애정남’들이 학교폭력 사례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자 학생들은 폭소를 터뜨리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공연은 광주지방경찰청이 학교를 순회하며 진행하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예방교실’ 프로그램으로 7일 처음 공연을 가졌다.

“폭력을 방관하는 것도 폭력에 해당합니다. 저희가 아니라 법이 정한 겁니다.” “비싼 옷을 친구가 빌려주기 싫은데 억지로 벗게 만들면 뺏은 거예요.” 광주 남부경찰서 방범순찰대 소속 김형진(23) 정성안 상경(22), 이호영(23) 박재훈 일경(22) 등 4명으로 구성된 ‘경찰 애정남’은 ‘빌린 것과 빼앗는 것의 차이’, ‘학교 안에서 폭력과 밖에서 폭력의 차이’ 등 애매한 것들을 정리해줬다.

공연 마지막 순서인 ‘고백의 시간’에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화해하는 훈훈한 자리도 마련됐다. 2학년 학생이 “OO을 때리고 괴롭힌 적이 있는데 사과를 하고 싶다”고 하자 피해를 당한 친구가 “고마워”라며 가해 학생의 손을 꼭 잡았다.

의경들이 ‘애정남’으로 나서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광주경찰청이 주최한 ‘전의경 어울림 한마당’에서 애정남 연기로 ‘애석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공연을 지켜본 이금형 광주경찰청장이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공연을 3번밖에 안 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학교에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경찰청은 ‘애정남’이 좋은 반응을 얻자 경찰서별로 팀을 만들어 광주지역 초중고 306개교를 대상으로 공연을 갖기로 했다.

‘애정남’을 이끌고 있는 김형진 상경은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워 솔직히 놀랐다”며 “우리 공연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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