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의 인도 노병들, 끝내 감격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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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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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국 순회’ 리틀엔젤스, 뉴델리서 마지막 보은 콘서트

22일 인도 뉴델리 시리포트에서 열린 리틀엔젤스의 6·25전쟁 참전국 보은 공연이 끝난 뒤 참전군인 4명은 단원들로부터 감사의 메달을 받았다. 왼쪽부터 라진다르 차트라스, 젠 샤르마, 젠 툴리, 브리가디에 말호트라 씨. 리틀엔젤스 제공
22일 인도 뉴델리 시리포트에서 열린 리틀엔젤스의 6·25전쟁 참전국 보은 공연이 끝난 뒤 참전군인 4명은 단원들로부터 감사의 메달을 받았다. 왼쪽부터 라진다르 차트라스, 젠 샤르마, 젠 툴리, 브리가디에 말호트라 씨. 리틀엔젤스 제공
“제가 한 일이 값진 일이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줘 고맙습니다.”

공연을 보는 내내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앉아있던 인도인 브리가디에 말호트라 씨(86)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22일 오후 한국 어린이 예술단 ‘리틀엔젤스’의 6·25전쟁 참전 보은(報恩) 공연이 열린 인도 뉴델리의 공연장 시리포트엔 인도인 참전군인 4명이 초대받아 객석을 지켰다. 리틀엔젤스는 6·25전쟁 60주년을 맞은 지난해부터 미국 영국 독일 노르웨이 터키 등 22개 참전국을 돌며 보은 콘서트를 해 왔고, 마지막 순서로 인도를 찾았다.

“한국 추위에 적응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말호트라 씨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천사들’의 공연을 보면서 61년 전 추웠던 겨울을 떠올렸다. 1950년 11월 20일 군의관이던 그는 인도가 남한에 파병한 의료지원부대 제60야전병원에 배속돼 부산 땅을 밟았다. 그 후 3년간 서울을 중심으로 전선을 따라 이동하며 남북한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치료했다. “멀리서 폭발음이 들리는 가운데 아픈 사람들을 돌봤어요. 입고 있는 옷이 한복인지 군복인지 구별할 새도 없었죠.”

1954년 귀국한 후 말호트라 씨는 지난해까지 한국을 다섯 차례 방문했다. 한국의 발전상을 눈으로 확인하는 일은 그에게 큰 즐거움이었다. “먹을 게 없어 뱀을 잡아먹던 한국인들이었죠. 그런데 방한할 때마다 깨끗해지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앓던 자식이 건강해지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기뻤어요.”

이날 무대에선 9세부터 15세까지 32명의 천사가 탈춤 꼭두각시춤 부채춤을 추고, 군악대 의상으로 갈아입은 뒤엔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에 맞춰 한국과 인도 국기를 들고 나오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객석에 앉아있던 참전 군인들은 다채로운 공연을 감상하며 감회에 젖어들다 마지막 순서로 인도의 민요들이 연달아 나오자 마침내 눈물을 쏟았다. 공연이 끝난 뒤엔 예술단이 준비한 감사 메달을 받았다. 말호트라 씨는 “손녀들의 재롱을 보는 것 같았다. 저 아이들 속에 내가 치료한 이의 자손이 있진 않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라”라며 감격스러워했다.

뉴델리=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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