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선율 타고 韓日 오가니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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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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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3세 소프라노 이천혜 씨 첫 한국 독창회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독창회에서 이천혜 씨가 벨리니의 오페라 ‘카풀레티가와 몬테키가’ 중 ‘행복에 겨운 나를 봐요’를 노래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독창회에서 이천혜 씨가 벨리니의 오페라 ‘카풀레티가와 몬테키가’ 중 ‘행복에 겨운 나를 봐요’를 노래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리사이틀의 마지막 곡으로 고른 노래는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의 주인공 초초상이 부르는 ‘어떤 갠 날’이었다. 언젠가는 꼭 오페라 무대에서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은 아리아다. 그의 감미롭고 애틋한 목소리가 잦아들자 객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무대 위에 선 젊은 소프라노는 더없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여러 차례 고개 숙여 인사했다.

재일동포 3세 소프라노 이천혜(일본명 지에 리 사다야마·31) 씨가 31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첫 한국 독창회를 열었다. 그의 재능을 아끼는 ‘소프라노 지에 리 사다야마 후원회’(명예회장 오재희 전 주일본대사)가 마련한 자리다. 피아니스트 신수정, 바리톤 이인영 씨, 김용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전무 등 한국 음악계 관계자와 지인 등 140여 명이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오 전 대사는 “재일동포 중 정통 오페라 가수가 나온 것은 우리 동포사회의 보람이고 자랑”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 일본의 국제음악제인 퍼시픽뮤직페스티벌(PMF) 오디션에서 지휘자 파비오 루이지(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수석지휘자)에게 발탁되면서 음악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의 주인공 미미로 오페라 무대에 데뷔한 것. 삿포로에서 전막 공연을 끝낸 뒤 도쿄 신주쿠 신국립극장 오페라시티 콘서트홀에서 하이라이트 무대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의 무대를 눈여겨본 일본 음반사의 제안으로 3월 오페라 아리아를 모은 첫 솔로 앨범 ‘일 프리모 레갈로(Il Primo Regalo)’도 냈다.

솔로 앨범을 낸 기념으로 여는 이번 한국 리사이틀에 대해 그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고향인 한국에서 처음 독창회를 열어 기쁘고 감사한 마음뿐”이라면서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다”며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이 씨는 할아버지 대에 일본에 정착했으며 아버지 이유사 씨는 중견기업 대표로 있다.

어린 시절부터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가장 먼저 일어나 노래를 불렀다는 이 씨는 19세 때 성악가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도쿄 조선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뒤 2004년 이탈리아 밀라노 시립음악학교 대학원에서 음악을 더 깊이 파고들었다. 지금은 영국에 머물며 유럽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재일교포라서 차별 받은 적은 없어요. 음악계는 실력만 있으면 인정받을 수 있죠. 노래를 사랑하고 가사에 담긴 뜻을 제대로 표현하는 성악가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성악가는 마리아 칼라스. 드라마틱한 칼라스의 목소리와 자신의 서정적인 목소리는 다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은 빼닮고 싶다는 각오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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