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럭비 ‘기적의 1승’… “총리님이 오찬 초청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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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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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비공 한번 잡은 적 없는 PD-기자-학생 출신 10명
5개월 훈련 국제대회 첫승

한국 여자 럭비 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에서 승리를 따낸 한동호 감독(앞줄 오른쪽)과 강동호 코치(앞줄 왼쪽), 그리고 10명의 대표 선수가 2일 아시아 여자 7인제 대회 라오스전에서 승리한 후 밝게 웃고 있다. 대한럭비협회 제공
한국 여자 럭비 사상 처음으로 국제대회에서 승리를 따낸 한동호 감독(앞줄 오른쪽)과 강동호 코치(앞줄 왼쪽), 그리고 10명의 대표 선수가 2일 아시아 여자 7인제 대회 라오스전에서 승리한 후 밝게 웃고 있다. 대한럭비협회 제공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한국 여자럭비 대표팀은 6번 싸워서 모두 졌다. 15점을 올리는 동안 239점을 내줬다. 출전에 의의를 뒀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한국 여자럭비 팀은 중고교와 대학에 한 곳도 없다. 럭비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모아 훈련시킨 뒤 급박하게 출전했으니 득점을 한 것만 해도 박수칠 일이었다.

문제는 2014년 아시아경기가 인천에서 열린다는 것. 홈에서 똑같은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대한럭비협회는 올해 초 다시 공개 선발전을 열었다. 이번에 뽑은 선수들을 잘 훈련시켜 인천 대회에서는 3위 안에 들자는 원대한 목표까지 세웠다. 라디오 PD부터 일간지 기자, 대학생과 고등학생 등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선수들이 첫 테스트를 통과했다.

처음 24명으로 시작했지만 훈련과 일을 병행하기 힘든 선수들이 차례차례 떨어져 나갔다.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팀을 떠난 선수도 있었다.

그렇게 5개월여를 달려온 선수들이 이달 초 큰일을 냈다. 2일 인도 푸네에서 열린 국제럭비위원회(IRB)-아시아럭비협회(ARFU) 아시아 여자 7인제 대회에서 한국 여자럭비 사상 공식 국제대회 첫 승을 거뒀다. 한국은 이날 순위결정전에서 라오스를 17-12로 꺾고 10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지난해 대표팀 출범 후 공식 경기 전적은 1승 9패가 됐다. 선수가 모자라 팀 엔트리 12명을 채우지 못하고 10명만이 출전해 이뤄낸 쾌거였다.

이에 김황식 국무총리는 18일 여자럭비 국가대표 선수단을 총리 공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하며 격려하기로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떳떳하게 경쟁해서 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김 총리의 생각”이라며 “어려움을 딛고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도전정신 및 공정경쟁의 가치와 부합하는 것으로 귀감이 될 만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한동호 여자럭비 대표팀 감독은 “선수들이 ‘럭비는 좋은데 장래가 없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런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동호 코치도 “국내에 여자럭비팀이 없기 때문에 대표팀 선수 수급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총리가 관심을 가져주면 여자럭비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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