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전사들이 온다” 佛 한류팬 1000여명 파리 드골공항 점령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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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샤이니 등 오늘 내일 佛서 첫 유럽공연

《프랑스 북부 릴에 사는 65세의 미셸 오노레 씨는 7일 5박 6일 일정으로 파리에 왔다.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의 열성팬인 그는 프랑스의 한류 팬클럽인 ‘코리안커넥션’의 최고령 회원. 8일 저녁 프랑스 파리의 샤를드골 국제공항 입국장에서 한국 아이돌그룹의 첫 입성을 기다리는 1000여 명의 케이팝 팬 속에 서 있던 그는 “소녀시대의 열렬한 팬이다”라고 말했다.》

머리에 태극기가 그려진 띠를 두르고 소녀시대 사진이 인화된 검은색 티셔츠를 입은 오노레 씨는 “인터넷으로 처음 케이팝을 접했는데 한순간에 빠져버렸다”며 “케이팝은 단순히 노래가 아닌 재능과 노력, 오락, 음악성이 조화된 완벽한 예술의 한 장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프랑스 방송은 보지 않고 인터넷으로 한국 드라마만 보고 케이팝만 듣는데 가족들도 적극 지원해 준다”고 말했다.

이날 파리 드골 공항은 프랑스의 젊은 한류팬들에게 점령됐다. 10, 11일 이틀간 파리 북부의 제니트 공연장에서 케이팝 그룹으로는 유럽에서 첫 공연을 갖는 동방신기, 샤이니, f(x)를 보기 위해 1000여 명의 한류팬이 운집한 것. 막심 파케 코리안커넥션 회장은 “우리는 최대 300명 정도만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코리안커넥션 멤버가 아닌 사람도 매우 많다”고 말했다. 소녀시대는 하루 앞선 7일 입국했다.

이들은 아이돌 스타의 도착 몇 시간 전부터 공항 입국장 앞에 진을 치고 서서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 소녀시대의 ‘지’, 샤이니의 ‘링딩동’의 일부 구절을 함께 부르며 춤을 추고 환호성을 내지르는가 하면 한국의 대표적 응원구호인 ‘대∼한민국’을 연호했다. 상당수 팬들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윤재(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 영웅재중)” “사랑해 f(x)와 샤이니”라고 적힌 소형 플래카드와 피켓 등을 들고 나왔다.

공항 측에서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경찰 수십 명과 무장한 군인까지 동원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 한 경찰관은 “최근 드골 공항에서는 보지 못한 일이다. 한국 음악 팬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말했다.

예정보다 한 시간 정도 늦은 오후 7시 30분경 3팀의 케이팝 가수들이 경찰 20여 명에게 둘러싸여 입국장을 빠져나오는 순간 기다리던 팬들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사진기 셔터를 눌렀다. 팬들은 또 순식간에 빠져나간 케이팝 가수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주차장까지 뒤따라가 차량의 출발을 막고 소리를 질렀다.

아이돌 스타들이 탄 미니 버스가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고교생 쥘리 양은 “많이 기다렸는데 제대로 얼굴조차 보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공연장에서 다시 볼 수 있으니 괜찮다”며 친구들과 함께 서운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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