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한 명을 취업시키려 수십 군데에 전화했어요. 회사들이 듣지 말았어야 할 말을 들은 것처럼 굴 때는 힘들었지만, 어쩌다 채용하겠다는 답을 들으면 절로 힘이 났습니다.”
노은지 씨(35·사진)는 지난해 9월 새터민 여성 제1호 취업설계사로 채용됐다. 경기 새일지원본부에서 새터민 여성을 위한 취업지원 업무를 맡은 지 어언 6개월. 31일 만난 노 씨는 “다른 새터민은 (내가) 성공한 케이스라고 했지만 솔직히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1998년 탈북해 8년 동안 중국에서 생활한 뒤 2006년 입국했다.
무엇보다 남한의 취업매니저에게서 얻은 지식을 새터민 여성들에게 적용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경력단절’이란 말도 의미가 달랐어요. 남한 여성들은 경력이 단절돼도 인터넷을 통해 아는 게 넘쳐납니다. 잔업수당, 복리후생 조건 같이 따지는 게 너무 많아 취업알선 매니저도 어려워해요.”
노 씨는 배고픔을 달래는 데 급급했던 새터민의 ‘경력’으로는 이력서 쓰는 일도 벅차다고 속사정을 전했다. 노 씨가 상담을 한 70명 중 18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단순 생산직보다는 본인이 원하고 준비했던 분야로 취직할 때 보람을 느낀다”면서 “빠른 취업보다 바른 취업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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