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양공원에서 열린 고 한주호 준위의 동상 제막식에서 한 준위의
부인 김말순 씨가 인사말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창원=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남편이 제 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꿈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최근 1년간 혼란과 실의에 빠진 채 살아왔고 공허함 그 자체였습니다. 조국과 후배들 안위를 생각하는 것도 좋지만 정작 본인의 안위는 왜 생각하지 않으셨는지…. 하지만 지금은 남편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지난해 3월 천안함 승조원들을 구하려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 1주기를 맞아 30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 해양공원 앞에서 열린 한 준위 동상 제막식. 한 준위의 부인 김말순 씨(56)는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인사말을 이어갔다. 며칠 전 남편 제사를 미리 지낼 때 오늘이 마지막 눈물이라 생각하며 앞으로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하지만 2분 남짓한 인사말에서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북받치는 슬픔을 참으려다 인사말이 자주 끊겼다.
“아들(창원 안골포초등학교 교사 한상기 씨·27)도 아버지의 희생정신을 학교에서 가르치게 됐습니다. 이제는 수많은 사람이 남편의 정신을 본받으려고 해 남편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됐습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바다 곁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남편 명예에 부끄럽지 않은 가족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 씨와 아들 상기 씨, 딸 슬기 씨(22)는 제막식이 끝난 뒤에도 한 준위 동상을 애틋하게 만지며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 준위 동상은 해군교육사령부에서 100m가량 떨어진 해양공원에서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진해 앞바다를 향해 우뚝 서 있다. 한 준위가 보트에서 K-201 유탄 발사기를 장착한 K-2 소총을 겨눈 채 작전지역으로 향하는 모습을 담았다. 동상 뒤 석탑에는 해군 특수전여단(UDT/SEAL) 부대 마크와 ‘불가능은 없다’는 구호를 새겼다.
제막식에는 해군 특수전여단 현역 장병과 예비역, 시민, 천안함 46용사 유가족 대표, 인근 진해경화초등학교 학생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한 준위의 희생정신을 기렸다.
한편 해군은 한 준위의 군인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한주호 상’의 첫 시상식을 제막식 도중 열었다. 첫 수상자로 UDT 김종훈 원사(52)와 해병대 6여단 특수수색대 박종훈 상사(38)를 선정했다. 김 원사는 한 준위가 UDT 교관으로 근무하면서 길러낸 첫 교육생. 1990년 고공강하 훈련 중 돌풍으로 중상을 입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특수전여단 50년사 등을 작성했다. 박 상사는 수색대대 겨울훈련을 개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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