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명 전 검찰총장 “걸어서 고향까지 240㎞… 새 발견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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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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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 전 검찰총장
“늘 헐레벌떡 오가며 놓친것 걸음걸음 되새겨 보고 싶어”

서울에서 고향 경북 의성군까지 걸어가는 여정을 시작한 정상명 전 검찰총장(가운데)과 고향 후배들이 22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를 지나고 있다. 성남=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서울에서 고향 경북 의성군까지 걸어가는 여정을 시작한 정상명 전 검찰총장(가운데)과 고향 후배들이 22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를 지나고 있다. 성남=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늘 헐레벌떡 오가야 했던 고향을 천천히 걸어서 한번 가보려고요.”

22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등산복을 입고 모자를 눌러 쓴 정상명 전 검찰총장(61)은 고향 후배 2명과 함께 봄 햇살을 듬뿍 받으며 남쪽을 향해 쉬지 않고 걸어 나갔다. 서울에서 고향인 경북 의성까지 걸어서 가기로 한 이들은 이날부터 8박 9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정 전 총장 일행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과거 시험을 보러 오갔던 ‘영남대로 옛길’을 그대로 따라갈 계획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경기 용인, 충북 충주와 음성, 경북 문경 등을 거쳐 경북 의성까지 닿는 코스다. 총거리는 장장 240km. 하루에 30∼40km를 걸어야 완주할 수 있는 거리다.

“현직에서 물러나 나이 60을 넘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면서 걸음마부터 다시 배우기 위해서입니다. 죽으면 검은 차에 실려 고향에 가는데 힘이 있을 때 고향까지 걸으면서 지나온 인생을 반추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싶어요.”

정 전 총장은 ‘대장정’에 나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1968년 서울에 온 뒤 서울과 고향을 그렇게 오가면서도 어느 길에 누가 살고 있는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에서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까지 3, 4km 거리를 걸어서 출근하는 ‘걷기 마니아’다. 다만 시내버스 노선을 따라 걷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걷다가 시간에 쫓길 때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럴 땐 재빨리 버스에 올라 타아죠. 출퇴근만 걸어서 해도 운동이 많이 됩니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말은 다 핑계인 셈이죠.”

정 전 총장의 부인은 정 전 총장이 고향까지 걸어서 가겠다고 하자 처음엔 “나이 먹어서 무슨 주책이냐”며 말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따뜻한 보온바지와 양말을 구해주며 남편의 여정을 응원했다. 정 전 총장은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한 신발장인을 찾아가 긴 여정을 함께할 맞춤 운동화도 구입했다.

정 전 총장 일행의 이번 여행의 특징은 ‘무계획’이다. “일정에 쫓기지 않기 위해 숙소도 잡지 않았습니다. 걷다가 졸리면 아무 여관에서나 자고 걷다가 배고프면 아무 식당에서 배를 채워 가면서 ‘구름에 달 가듯이’ 속박당하지 않고 일상처럼 걸어가겠습니다.”

성남=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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