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사제 수품 50주년… ‘금경축’ 축하 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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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전 오늘의 각오 평생 명심하며 살 것”… ‘日국민 위로’의 말도 전해
“정 추기경님은 ‘방콕’이 취미”… 강우일 주교 축사에 웃음꽃

“큰 재난을 당한 일본 국민에게 하루 속히 어려움을 이겨내도록 하느님께서 위로와 희망을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50년을 생각하면 보잘것없는 저에게 과분한 은총을 주셨음에 감격할 뿐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80)은 18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사제 수품 50주년을 기념하는 금경축(金慶祝) 축하 미사 강론에서 자신을 낮추면서 동일본 대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일본 국민을 위로했다. 1961년 3월 18일 당시 노기남 주교의 주례로 사제품을 받은 정 추기경은 한국 가톨릭계에서는 최초로 현직에서 금경축을 맞는 추기경이 됐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1951년 사제품을 받았지만 1998년 은퇴한 뒤 금경축을 맞았다.

이 행사에는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 등 주교단 25명과 서울대교구 사제 300여 명, 신자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사와 축하식으로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고흥길 나경원(한나라당) 이강래(민주당) 이영애 의원(자유선진당),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박인주 대통령실사회통합수석비서관과 김백준 대통령총무기획관도 참석했다.

정 추기경은 강론에서 “주님께서는 (성직자는) 자기 자신과 가족을 버리고, 날마다 십자가를 져야 한다고 말씀했다. 저도 사제가 될 때 ‘네’ 하고 따라나섰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따르는 시늉만 했지 온 정성을 다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면서 산다”며 “50년 전 오늘 과분한 사제품을 받고서 감격에 넘쳤을 때의 각오를 명심하며 평생을 마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축하행사에는 정 추기경의 동창 사제 17명도 참석했고 추기경의 50년 사제생활을 담은 화보집도 증정됐다.

강우일 주교는 축사를 통해 “속되게 말하는 것을 허락한다면 정 추기경님의 유일한 취미는 ‘방콕’이다. 언제나 방을 굳게 지키고 결코 가볍게 몸을 일으키는 법이 없으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낸 뒤 “매년 한 권의 책을 쓸 정도로 하느님이 주신 시간을 교구와 한국 교회를 위해 소중하게 쓰셨다”고 밝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서울대교구와 정 추기경이 서리를 맡고 있는 평양교구의 신자와 사제들에게 축복을 내린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명박 대통령은 박 사회통합수석비서관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추기경님은 교회는 물론 우리 사회의 큰 어른으로서 흔들림 없는 중심이 됐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을 포함한 사제들과 신자들은 성당 앞에서 국수로 점심을 함께 나누며 조촐하게 행사를 끝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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