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팔’ 이매뉴얼, 오바마 재선 디딤돌 놓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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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실장 지낸 백악관 실세… 유대인 첫 시카고 시장 당선
오바마 정치적 고향서 승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을 지낸 ‘백악관 실세’ 람 이매뉴얼 씨(52)가 새 시카고 시장으로 당선됐다. 시카고 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오전 2시 현재(현지 시간) 99.5%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이매뉴얼 씨가 32만1700여 표를 획득해 55.2%의 득표율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취임식은 5월 16일. 시카고에서 유대인이 시장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카고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재선을 위한 본부가 출범하는 곳이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이날 자신의 정치적 동지이자 2008년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인 이매뉴얼 씨의 시장 당선으로 재선을 위한 첫 발걸음을 산뜻하게 시작한 셈이다.

1989년 리처드 데일리 현 시카고 시장의 선거 캠프에서 자금 모금책으로 활동하며 정치적 기반을 다진 이매뉴얼 씨는 1992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약한 후 클린턴 행정부에서 5년간 백악관 선임 고문을 지냈다. 1998년 정계를 떠난 뒤 잠시 금융계에 몸담기도 했지만 2002년 시카고를 지역구로 연방하원 의원에 당선돼 2008년까지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이어 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한 그는 데일리 시장의 7선 불출마 선언 직후인 지난해 10월 비서실장직을 사임하고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이매뉴얼 씨는 비서실장 시절 ‘사실상의 2인자’, ‘오바마의 오른팔’로 불렸다. 장관이나 백악관 각료 인선에도 대부분 그의 입김이 작용했다. 또 특유의 추진력과 공격성, 단호함 때문에 자신의 이름에 빗댄 ‘람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매뉴얼 씨는 시카고 시장이 자신의 꿈이라고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실제 그의 시장 도전기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최근 워싱턴에 체류한 사실이 출마자 거주 요건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해 후보 자격을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가 겨우 주 대법원에서 승소해 기사회생했다. 또 선거 과정에서 반(反)유대주의 세력의 거센 공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압도적인 자금 모금 능력과 전국적인 유명세, 그리고 시카고 흑인사회에서 신뢰가 높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 유세에 힘입어 꿈에 그리던 시장직을 거머쥐었다.

선거유세에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성원을 아끼지 않은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확정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그럴 만한 자격이 있는 후보의 당연한 승리”라고 밝혔다. 승리를 자축하는 연설에 나선 이매뉴얼 씨도 오바마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알린 뒤 “대통령은 시카고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표했다”며 “그의 지원 없이는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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