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했던 홀브룩… 훈훈한 고별의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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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前아프가니스탄 특사 장례식
오바마-클린턴 현전 대통령 참석
연사 15명 깐깐했던 고인 추모

미국의 리처드 홀브룩 전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특사의 장례식이 14일 워싱턴 케네디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렸다. 고인이 생전에 갈망했던 국무장관은 비록 못했지만 장례식만큼은 최근 수년간 워싱턴에서 열린 어떤 장례식보다 성대한 고별의식이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지난해 12월 13일 대동맥 파열로 숨진 고인의 장례식은 국장(國葬)이 아니었음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참석했다. 국가원수도 아닌 인사의 장례식에 전·현직 대통령이 모두 자리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라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또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마이클 멀린 합참의장,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같은 전·현직 미 고위 관료와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을 비롯한 워싱턴 외교가의 각국 대표도 참석했다. 생전 고인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대변하듯 경제계 언론계 사교계 인사도 대거 모였다. 식장의 2300석이 모두 찼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사에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눈물을 글썽이며 ‘세계에서 미국의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고 하던 고인의 모습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단에 선 연사 15명은 생전 깐깐하고 곧잘 핏대를 세워 사람들의 인심을 잃은 경우가 많았던 고인을 기억하며 추모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를 매우 사랑했다”며 “약간 까칠한 성격 때문에 그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또 멀린 합참의장은 “함께 출장을 다닐 때 그가 외교안보 문제를 집요하게 질문한 덕분에 나중에 치른 상원 합참의장 인준청문회는 너무 쉬웠다”고 말해 좌중의 미소를 자아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장례식은 이처럼 훌쩍임보다는 유쾌함으로 가득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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