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아이들과 실력차 확인… 수능 진짜 쇼크”

  • Array
  • 입력 2010년 1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대학수학능력시험 치른 새터민 주원석 군

“남한 아이들과 실력차를 알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어요.”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주원석 군(18·사진)의 학교 책상에는 수험서가 가득했다. 새터민 청소년들이 다니는 서울 중구 남산로의 서울여명학교에서 19일 만난 주 군은 아직 ‘수능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주 군은 엄마, 여동생과 함께 2006년 말 남한 땅을 밟았다. 하나원을 수료하고 이듬해 일반 중학교에 진학했지만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컴퓨터 게임에 빠지는 등 방황기를 거치면서 비평준화 고등학교 진학시험에도 떨어졌다. 정신이 번쩍 든 주 군은 마음을 다 잡고 여명학교에 지원서를 냈다.

주 군이 수능 응시를 결심한 것은 올해 7월. 수능을 넉 달도 안 남긴 시점이었다. 수능 요건이 없는 새터민 특별전형이 있지만, 수능 응시를 선택한 이유는 주 군의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의사가 돼 못 먹고 병든 북한사람들을 살리고 싶다”는 주 군은 7월 아주대에서 ‘의과대학 재외국민 전형에 새터민 학생들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2차 수능 요건이 있는데도 지원서를 제출한 것. 기숙사에 살고 있던 주군은 고2, 3 과정을 넉 달 만에 끝내기 위해 집에 가는 횟수를 줄이고 수험서에 파묻혔다. 학교는 주 군을 위해 개인과외까지 마련했다. 그렇게 10월 아주대 의과대 수시전형 수리논술과 면접을 치렀지만, 결과는 낙방이었다. 주 군은 “특별전형 면접이 아니라 일반 학생들이 치르는 입학사정관제 면접은 처음이었는데, 비교가 안 되게 어렵고 심오했다”고 털어놨다. 수능을 볼 필요가 없었지만 주 군은 응시를 포기하지 않았다. “일반 논술, 면접전형 보고 나니 내가 남한에서 얼마나 뒤떨어져 있는지 알게 됐고, 기왕 이렇게 된 거 수능을 쳐서 정정당당히 내 실력대로 겨뤄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험은 어려웠지만, 마음은 홀가분하다. “저의 ‘대학수학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깨달았고 무엇을 얼마나 더 공부해야 하는지 알았다”는 것. 서강대 생명과학과에 새터민 특별전형으로 합격한 주 군은 “탈북자라고 언제까지나 ‘특별전형’이 있는 건 아니니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