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관객과의 소통? 그냥 하는거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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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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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의 악당’ 주연 한석규씨

1990년대 톱스타. 10여 년 전의 한석규(46·사진)는 다른 어떤 배우의 뒤에도 놓을 수 없는 배우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그의 행보는 한국영화 최초 500만 관객 돌파(‘쉬리’)의 주역답지 못했다. 25일 개봉하는 ‘이층의 악당’(15세 관람가)은 한석규의 긴 침체기에 마침표가 될 만한 영화. 스크린 데뷔작 ‘닥터 봉’ 이후 15년 만에 재회한 김혜수와의 연기 호흡이 경쾌한 탁구 랠리처럼 흥미롭다. 16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열여덟 번째 영화에서 비로소 ‘액션’보다 ‘리액션’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침체기라고 하니 침체기가 맞겠죠. 하지만 내 연기도 침체됐을까…. 그건 좀 다른 문제라 봅니다. 하고 싶은 얘기를 꾸준히 해온 것만은 틀림없어요. 그게 이제 관객과 통하지 않게 된 건가 싶어서 실망하고 힘들어한 때도 있었지만, 당장의 흥행성적 말고도 두고두고 재평가될 수 있는 것 또한 영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층의 악당’은 감춰진 보물을 찾아 훔치려고 2층에 세 들어온 사기꾼 창인(한석규)과 집주인 연주(김혜수)의 기이한 로맨스를 유쾌하게 그렸다. 한석규는 “코미디지만 마냥 경박한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인물 각각의 속사정을 어루만지는 후반부 장면의 애틋한 시선을 눈여겨봐 달라”고 했다.

“영화가 전하는 이야기의 온도와 깊이가 갈수록 희미해져가요. 배우이기 이전에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많이 아쉽습니다. 창인은 연기의 진폭을 넉넉하게 가져갈 수 있는, 내면의 표정과 애환이 다양한 인물이죠.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속내도 대부분 그렇지 않나요?”

“이번에는 관객과 소통이 잘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영화 후반 창인이 듣는 위로의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냥 사는 것, 그냥 하는 거죠. 하하. 배우가 무엇보다 경계할 것은 세상에 닳아 원래 갖고 있던 성질을 잃는 일입니다. 골퍼가 스윙에 자신감을 잃으면 경기가 재미없어지잖아요. 버티고 서 있게 해 주는 힘은 자신에 대한 믿음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영화 ‘이층의 악당’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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