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여느 역사학회의 고서(古書) 발표회인가 싶지만 ‘정암 유승흠’은 생존 인물이다. 연세대 예방의학과 유승흠 교수(65·사진)가 그 주인공. ‘정암’은 5년 전 회갑 때 친구가 지어준 아호다. 이날 오후 6시 유 교수는 40년 교수생활을 정리하며 특별한 퇴임식을 열었다.
“의례적인 송사와 축사, 천편일률적인 식순을 떠나 뭔가 진정 기념이 될 만한 퇴임식을 하고 싶었어요.” 1977년 모교인 연세대 의대 전임강사로 부임해 대한예방의학회 이사장, 한국의학원 이사장 등을 지낸 유 교수가 퇴임식을 갈음해 나눠줄 자신의 일대기를 담은 책자를 선보이며 말했다. 그가 ‘실록’이라 이름 붙인 이 책에는 자신의 출생과 성장, 수련의 삶, 대학 보직, 한림원 활동 등 65년 기록과 사진이 오롯이 담겼다. 유 교수는 “처음 발표회 초청장을 받은 지인들이 어리둥절해하기도 했지만 취지를 들은 후 책을 본 지인들이 무척 즐거워하고 신기해했다”고 말했다. 특히 유 교수의 20년 이상 지기로 특별 초청된 지인들은 총 6부로 된 책 마지막 부분을 보고 놀라움과 고마움을 금치 못했다. 유 교수가 지난 65년간 지인들과 나눴던 연하장, 카드 등을 빠짐없이 정리해 실은 것.
유 교수는 “내가 남긴 모든 기록을 정리하다 보니 살면서 한 일이 다양하다고 느껴졌고 평생직장과 지인들에게 감사할 수 있는 퇴임식을 준비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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