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입영위해 시력 수술한 美영주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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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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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영씨 “조국서의 군생활 더 큰 성공 밑거름될 것”

“내일(9일) 입대하는데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돼요….”

육군훈련소 입영을 하루 앞둔 8일 조재영 씨(21·사진)는 남들처럼 순탄치 않았던 입영 과정을 회고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 영주권자여서 굳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됐지만 조국에서의 군복무를 자원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는 조 씨는 2008년 여름 신체검사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양쪽 눈의 시력이 몹시 나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씨는 군대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1년 뒤 시력교정 수술을 받았다. 시력이 너무 나빠 일반적인 라식이나 라섹 수술로는 교정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결국 특수 제작된 렌즈를 양쪽 눈에 삽입하는 수술로 시력을 양쪽 모두 1.2 정도로 회복했고 재검을 거쳐 현역 판정을 받았다.

“치과 의사인 어머니는 수술까지 해가며 군에 가는 저를 많이 걱정하셨어요. 아버지는 저의 뜻을 적극 지지해 주시면서 수술비까지 지원해 주셨습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관련 회사의 전문경영인(CEO)인 조 씨의 아버지는 현역 출신이 아니다. 고막을 크게 다쳐 한쪽 귀가 안 들리는 사실을 숨긴 채 훈련소에 입소했다가 군의관에게 적발돼 보충역으로 근무했다. 조 씨의 형도 영주권자이지만 자원입대해 군복무를 마쳤다.

조 씨는 “친구들 가운데 일부는 ‘가지 않아도 될 군대를 왜 애써 가느냐’고 하고 또 일부는 ‘남자답다’고 하더라”며 “2년간의 학업 공백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국에서의 군 생활이 내 인생을 더 큰 성공으로 이끌어줄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을 지킨다는 보람과 동시에 짧은 시간에 조국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매력에 군복무를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조 씨처럼 외국 영주권자이면서 병역을 이행하고자 입영 신청을 하는 이들은 서울지역 기준으로 2004년 19명에 불과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7월까지 68명에 이르렀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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